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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기준, 대구지역 병원별 사직처리 및 결원모집 신청 현황.<보건복지부 제공> |
올 하반기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모집과 의사 국가시험 접수가 22일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지역 의료 현장에선 여전히 불안과 우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탓에 지원하는 전공의가 극히 소수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의대생들이 이미 국가시험을 거부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원자는 7월 말까지 신청할 수 있으며, 병원은 8월 필기·실기 시험과 면접 등의 채용 절차를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뽑힌 전공의는 9월 1일부터 수련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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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DB |
정부는 올해 9월 복귀하는 사직 전공의에 대해 수련 특례를 적용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애초 전공의가 수련 도중 사직할 경우 '일 년 내 동일 과목과 연차'에 복귀할 수 없으나, 이번 특례 적용으로 복귀를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지역 의료계에서는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이 하반기 모집에 지원해 복귀하기보다는 일반의로 병·의원에 취업하거나, 입대 및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A 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의료 현장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전공의들이 지원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집 인원의 절반도 채워질지 모르겠다"며 "병원에서는 응급, 중증, 난치 질환을 볼 수 있는 필수 의료과 전공의들이 많이 필요하지만, 정작 인기과에만 지원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B 대학병원 관계자는 "모집 인원이 미달해도 추가 모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응시자가 정원에 미달 되더라도 수련능력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선발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그래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대생의 의사 면허 취득 관문인 국가시험도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2일부터 26일까지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접수한다.
그러나 내년도 국시를 치러야 할 의대 본과 4학년 학생 대부분이 이미 응시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9∼11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국시 실기와 이듬해 1월 필기에 모두 합격해야 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의사 국시 응시 예정자인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3천1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2천903명)의 95.52%(2천773명)가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의사 국시 접수가 불가능하며, 이는 정부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강경한 의지라고 판단했다. 의료계는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지지 않아 의대생들이 국시를 치를 수 없는 게 당연하단 입장이다.
대부분 의대생이 국시를 거부할 경우 약 3천 명 배출되던 신규 의사 공급이 중단된다. 이로 인한 전공의 감소와 전문의 배출 지연은 의료 현장의 공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