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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대구 달성군 논공읍 들판에서 벼 수확 진행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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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대구 달성군 논공읍 들판에서 한 농민이 벼를 수확하고 있다. 하지만 수확의 기쁨보다는 쌀값 하락과 병해충 피해로 답답함을 호소했다. |
13일 오전 대구 달성군 논공읍 금포리 들녘. 황금빛 가을 햇살이 논을 비추고 있었지만, 농민들의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다. 쌀값 하락과 벼멸구 피해로 수확이 한창인 들판에서 들려야 할 기쁨의 소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농민들의 마음엔 깊은 시름만 남았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김모(74)씨도 올해는 수확의 기쁨을 누리기 어렵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트랙터를 몰다 잠시 기계를 멈춘 그는 "올핸 수확을 해도 남는 게 없을 것 같다"며 "쌀값이 너무 떨어졌고, 병해충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확기 첫 주였던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당 4만7천39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5만4천388원)보다 13.6%나 하락했다.
80㎏ 기준으로는 18만8천156원으로 20만 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농민들에게는 농사 비용을 충당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김씨의 걱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쌀값 하락에 더해 올해는 병해충 피해까지 심각하다. 금포리 일대 논에서는 벼멸구 피해로 벼가 누렇게 시들고, 일부는 '호퍼번(hopperburn)' 현상까지 생겨 일제히 쓰러졌다. 벼멸구는 벼의 즙액을 빨아 먹어 벼가 말라 죽게 만드는 병해충으로, 피해가 심할 경우 농작물의 회생이 어렵다.
김씨는 시들어버린 벼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벼가 이렇게 말라가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며 "벼멸구 확산을 막고자 여러 차례 방제를 시도했지만, 이미 피해가 커질 대로 커져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전국적으로 벼멸구 피해는 3만4천㏊에 이른다. 금포리 일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쌀값 하락에 병해충까지 겹치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12만8천t의 쌀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조치를 발표했고, 벼멸구 피해를 막기 위한 방제 대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씨는 "정부에서 쌀을 격리한다고는 하지만, 병해충 피해에 대한 보상은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글·사진=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