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강민호의 꿈](https://www.yeongnam.com/mnt/file/202410/2024102201000729300028051.jpg)
프로야구 데뷔 21년차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가 KIA 타이거스의 강타자 최형우에게 한 말이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삼성이 KIA의 아성을 쉽게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란 엄포를 맞받아친 것이다.
삼성의 안방마님인 강민호는 놀랍게도 한번도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맡고 싶다"고 했을 땐 피식 웃었다.
구장에서 타자들에게 웃으며 말을 걸고, 실점한 투수를 다독이는 '형아' 같은 강민호를 보는 일은 야구를 보는 재미 중 하나였다. 그가 포수석에 나오면 안심이 됐다. 집안의 든든한 맏형 같은 사람 냄새가 그에겐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대경기를 앞두고 베테랑의 무게감을 잠시 뒤로 한 채 아이처럼 간절한 속내를 보여주는 그가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삼성의 팬으로서 강민호의 꿈이 꼭 이뤄지길 기대한다. KBO리그에선 '어차피 우승은 1위 팀'이란 공식이 존재하지만 당연한 우승이란 없다. 우리나라는 단일리그 체제에서 33번의 한국시리즈를 했고, 정규시즌 1위팀이 28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시리즈의 85%가 소위 '예상대로' 이뤄진 셈이다. 1위팀과 맞붙기 위해 와일드카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숨을 헐떡이며 결승전에 올라온 2위팀이 1위를 꺾긴 쉽지 않다.
그렇다고 2위가 1위를 꺾지 못한다는 법칙도 없다. 가깝게는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 2위로 올라온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가 정규 시즌에서 우승한 두산 베어스를 꺾고 우승했다. 2015년엔 정규시즌 우승은 삼성라이온즈, 한국시리즈 우승은 두산베어스가 차지했다. 2001년에도 정규시즌은 삼성라이온즈, 한국시리즈는 두산베어스가 각각 우승했다.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삼성 선수들에게 정규시즌 1위팀을 꺾는 하극상까지 기대한다면 무리일까. 연달아 이기기만 하는 야구는 없는 것 같다. 야구의 특성상 꼴찌도 1위 팀과 계속 붙으면 3번 중 1번은 이긴다. 거의 모든 시리즈가 접전인 이유다.
한국시리즈는 7전 4선승제의 단기전이다. 승부를 단정짓기 어렵다. 144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은 단판경기가 아닌만큼 오늘 못 치면 내일 잘 치면 그만이다. 일류 투수라도 실수를 하고, 1·2군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선수라도 한번쯤은 '꿈의 경기'를 선보일 수도 있는 게 정규시즌이다.
정규시즌 동안 쌓은 기록은 단기전의 참고 데이터일 뿐이다. 박진만 감독도 시리즈 첫날 "정규시즌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분위기, 상황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포스트시즌을 보자. 하위 팀들이 아래에서 계속 치고 올라와 우승까지 차지하는 이변이 빈번하다. 올해 정규시즌 마지막 날 간신히 포스트시즌 탑승 티켓을 손에 넣은 뉴욕 메츠. 메이저리그 최강팀 LA다저스와 마지막까지 월드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싸웠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6번 시드에서 출발했지만 마지막 종착역인 월드시리즈까지 안착했다.
올 시즌 삼성은 KIA에 4승 12패로 맞대결 전적에서 열세를 보였다. 하지만 단기전의 집중력은 상대 전적을 이길 수 있다. KBO는 1차전 우천 경기를 강행하면서 일을 순리대로 처리하는 데 실패했다. 사상 초유의 서스펜디드 경기가 선언됐다. 이 사태가 경기의 흐름을 어떻게 바꿔 누가 마지막에 웃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기세의 싸움에서 밀리지 말자.
이효설 체육팀장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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