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쇼생크 탈출'(프랭크 타라본트 감독·1994·미국·2024 재개봉)…우리가 사랑한 명작, 30년 만의 귀환

  •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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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15  |  수정 2024-11-15 08:57  |  발행일 2024-11-15 제14면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쇼생크 탈출(프랭크 타라본트 감독·1994·미국·2024 재개봉)…우리가 사랑한 명작, 30년 만의 귀환
프랭크 타라본트 감독의 영화 '쇼생크 탈출' 스틸컷.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을날, 기차 여행을 했다. 딱히 목적지가 없는 완행열차는 평화로웠다. 경상도와 강원도를 잇는 그 열차는, 영화 '기적'(2021)의 실제 모델인 양원역을 품고 있었다. 작고 소박한 역의 사연을 설명하는 안내 목소리는 포근했다. 담담하게 떠난 여행이었는데, 차창 밖 단풍처럼 마음이 화사해졌다. AI 프로그램이 노벨상을 받는 시대지만, 아날로그식 위로는 절대 가볍지 않다. 옛날 영화 역시 그렇다. 보고 또 봐도 좋은, 오래된 영화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생의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워준다.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인 '쇼생크 탈출'이 30년 만에 재개봉됐다. 개봉 당시 흥행하지 못했고, 평론가들에게 주목받지 못했음에도 오랜 세월 사랑받았다. 아카데미 7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상은 받지 못했다. 아카데미가 놓친 최고의 영화 1위를 차지해서 '무관의 제왕'이란 별명이 붙었다. 미 영화 사이트 IMDb 평점 1위에 빛나는 영화이며, 엠파이어 선정 100대 영화 4위에 올랐다. 평론가들이 선호하는 영화와 관객들이 사랑하는 영화는 조금 다르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 의해 생명이 길어졌으니 무엇보다 축복받은 영화라 하겠다. 스티븐 킹의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이 원작이다. 그의 소설집 '사계' 중 '봄' 편으로, 주제는 희망이다.

'쇼생크 탈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주인공 앤디가 탈옥 후 두 손을 번쩍 들고 자유를 만끽하는 장면일 것이다. 또 다른 장면은 앤디가 죄수들에게 음반을 틀어주는 부분이다.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 2중창이 운동장 가득히 울려 퍼지는 장면. 모건 프리먼이 연기하는 레드는 그 순간 '쇼생크의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고 표현했다. 두고두고 생각나는 잊지 못할 명장면들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눈에 띄는 건 레드의 선택이었다.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쇼생크 탈출(프랭크 타라본트 감독·1994·미국·2024 재개봉)…우리가 사랑한 명작, 30년 만의 귀환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부인과 정부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앤디는 어딘지 신비로운 인물이다. 관찰자 레드의 해설로만 파악할 수 있다. 그는 희망이 없는 곳에서 희망을 말하고, 자유가 없는 곳에서 자유를 꿈꾼다. 인간의 존엄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쇼생크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다양한 인물들이 있다. 그중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브룩스라는 죄수가 있다. 그는 감옥에서 50년을 복역한 후 자유의 몸이 되지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에게는 감옥이 가장 안락한 집이었던 거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앤디가 탈옥하고, 세월이 흐른 뒤 레드도 출소한다.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된 레드는 오랜 감옥 생활로 사회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브룩스의 길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가석방 상태라 일정한 지역을 벗어날 수 없음에도, 기꺼이 앤디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 오래전 약속 장소를 찾아 기차를 타고, 앤디가 남긴 편지를 찾아낸다. 마침내 푸르고 푸른 태평양 바다 앞에서 두 사람은 재회한다. '두려움은 너를 죄수로 가두고 희망은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포스터의 명문장 그대로다.

암울한 시대, 옛 영화로 위로와 감동을 얻는다. 애써 희망을 품는다. 원래 제목이 '쇼생크 구원(Redemtion)'인 걸 보면 희망이야말로 구원의 다른 이름인 모양이다.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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