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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혁 대표원장. |
대구경북 지역 뇌졸중 치료 체계가 붕괴되고 있다. 전문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겹치며 필수 의료 최전선에서 일하던 의료진 이탈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뇌졸중 치료는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 확보가 중요하지만, 현 의료공백 상황이 지속되면 이를 감당할 지역 의료 체계는 더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인 곽재혁 신경과의원 대표원장은 이같은 위기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체감하는 인물이다. 2011년 서울아산병원에서 뇌혈관중재시술을 익힌 그는 대구로 내려와 가톨릭대병원에서 9년간 뇌졸중 응급치료에 헌신했다. 하지만 2019년, 개원했다. 곽 대표 원장은 "응급 환자가 생기면 새벽에도 병원에 나가 고생했지만, 보상은 너무 미미했다"며 "응급 치료를 하지 않는 교수와 월급 차이가 없었고, 새벽에 나가도 교통비 2만원만 받았다. 그런 상황에선 버티는 게 불가능 했다"고 했다.
뇌졸중, 특히 뇌경색 환자는 골든타임 준수가 생존과 직결된다. 곽 대표 원장은 "뇌경색은 10분~20분만 늦게 혈관을 열어도 예후가 나빠지기 때문에 초응급치료를 해야 한다"며 "그래서 집에서도 언제든 병원으로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긴장 상태에서 버티는 건 의료진들에게 큰 부담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응급 치료는 소송 위험성이 크다. 환자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의료진이 항상 법적 문제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이같은 현실 속에서 뇌졸중 전문의를 유지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뇌졸중 치료 체계는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전국 436명의 뇌졸중 전문의 중 대구경북에 배치된 인원은 61명이다. 특히 신경중재치료가 가능한 병원과 의료진은 대다수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역 간 격차는 더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배출된 뇌졸중 전임의는 단 12명에 불과하다.
곽 대표원장은 "이 상태로 가면 2025년 혹은 2026년쯤 대구경북에 뇌경색 응급 시술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시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질 수 있다"며 "자연히 골든타임을 놓치는 환자들도 더 늘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역 의료진 이탈을 막으려면 적절한 보상과 근무 환경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