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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아 (시인·경영학 박사) |
아이는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이어받아 세상에 나온다. 이 작은 존재가 자신을 둘러싼 주변들에 녹아, 사랑을 나누고 세상을 품어 내는 모습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안타깝게도 이 아름다운 순환의 흐름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위기에 잠식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생률은 또 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더군다나 둘째 아이 출생자 수마저 10만명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제는 둘째가 없는 가정을 빈번하게 접하게 되었다. 출생률이 이처럼 눈에 띄게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결혼 연령이 높아진 데다, 젊은 부부에게 양육비 부담은 마치 가파른 산을 오르는 것 같은 압박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긴 근무 시간 또한 아이들과의 소중한 순간을 어렵게 만드는 벽이 된다. 부득이하게 출산을 미루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난임 문제도 또 하나의 이유이다. 난임으로 고통 받는 가정이 아이를 기다리다 무산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기게 된다. 슬픔은 일상에 드리워지며, 부부는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심리적인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주변으로부터 우연히 듣게 되는 말, "아이 없이 둘만 행복하면 되지 뭐." 어떻게 보면 따뜻한 위로일 수도 있겠다. 악의 없이 건넨 말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위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잠시 그들의 심정이 되어보면 어떨까. "그대들의 아픔을 이해해요.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응원할게요. 포기하지 말아요 절대."
영화 '프라이빗 라이프'에서 주인공은 "아이를 갖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라고 토로한다. 영화는 난임으로 고통 받는 부부가 희망을 놓지 않고 삶을 변화시키는 여정을 그린다. "아이를 갖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이 간절한 몇 마디는, 간절히 아이를 기다리는 필자의 후배에게서도 가끔 듣는 이야기이다. 후배는 거듭되는 실패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부디 아이의 첫 울음소리를 기다려주길 바란다. 머지않아 볕이 눈부신 아름다운 날, 유모차를 밀며 공원 산책로를 거니는 실로 기적적인 순간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출생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젊은 부부들이 안정적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같은 시스템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라가 어지간히도 어수선하니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나라가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고경아<시인·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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