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대표 정체성' 새마을운동, 국가 ODA 브랜드로 격상되다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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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08  |  수정 2025-01-08 07:41  |  발행일 2025-01-08 제7면
새마을세계화사업 20주년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새마을 세계화 사업이 국가 차원의 공적개발원조(ODA) 프로그램으로 격상된다. 경북도가 주도해 온 사업을 행안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함께 꾸려나가게 된 것이다. 수혜 국가와 협력이 보다 원활해지고 국비 지원도 받을 수 있어 새마을 운동 세계화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7일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부터 국제개발 협력 관계기관과 함께 개발도상국 'K-시그니처 사업(새마을 개발 프로그램)'을 본격화한다. 2년여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새마을 세계화가 국가 차원의 ODA사업으로 추진되는 셈이다. 앞서 경북도는 꾸준히 정부 기관에 새마을 세계화사업 협력·지원을 요청해 왔다. 지자체 단위에서 사업을 운용하는 데 여러 가지 제약이 따랐기 때문이다. 이후 사전 조율과 기획 과정을 밟은 뒤 지난해 8월에는 행정안전부, 코이카와 '새마을 ODA 협업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세 단체는 2033년까지 약 4천억원을 투입해 12개 국가에 마을 환경개선, 소득 증대, 새마을 교육을 통한 주민 역량개발 등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특히 새마을 ODA사업 모델은 경북도가 추진해 온 사업을 그대로 계승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북도는 이와 별도로 '언아더 K(또 하나의 경북)-프로젝트'도 개발·시행한다. 사업명처럼 개발도상국을 경북도처럼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새마을운동의 핵심 가치를 전파하면서 디지털, 기후변화, 청년 참여 등 시대 흐름을 반영할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새마을운동은 경북의 대표적인 정체성이자 K-브랜드 콘텐츠로 국책 사업이 된 좋은 사례"라며 "새마을 세계화를 통해 개발도상국 발전과 빈곤 퇴치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대표 정체성 새마을운동, 국가 ODA 브랜드로 격상되다
이철우 도지사가 새마을 시범마을인 인도네시아 블레베란에서 주민들이 소득 증대 사업을 통해 키운 버섯을 살펴보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에서 태어난 '새마을 운동'이 또 한번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새마을 운동을 세계에 전파하는 사업이 국가 차원의 공적개발원조(ODA)프로그램으로 본격 추진되면서다. 그동안 새마을 세계화 사업은 정부의 별다른 지원 없이 경북도 등이 자체적으로 운영해 왔다. 한때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에서 새마을 운동을 전개했으나 지역과 협력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경북도, 행안부, 코이카가 함께 새마을 ODA협업사업(농촌공동체 개발 프로그램)을 전개한다.

道 자체적으로 주도한 세계화
올해부터 행안부·KOICA 함께
2033년까지 4천억원 예산 투입
12개국 'K-시그니처사업' 본격화

"개도국을 경북처럼 성장시킨다"
道 별도 '언아더 K-프로젝트'도
근면·자조·협동 새마을정신에
디지털·기후 등 시대흐름 반영


◆새마을 세계화 20년간의 발자취


경북 대표 정체성 새마을운동, 국가 ODA 브랜드로 격상되다
경북도 새마을 세계화사업 관계자와 세네갈 음보로비란 아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의 새마을 세계화사업 역사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는 아시아 자매결연 지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새마을 시범마을'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개발도상국에 새마을 운동을 전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원하고 국가적인 변혁을 이룰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단순한 원조가 아닌 수혜지역 발전의 토대를 제공하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새마을 세계화를 통해 지방외교의 틀을 바꾸는 중이다. 전통적인 외교 방식인 하드파워의 영역을 뛰어넘어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을 끌어내는 소프트파워·역할외교를 통해 세계 속 경북도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ODA프로그램으로 새마을 운동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더욱이 새마을 운동 세계화가 20주년을 맞은 상황이라 더욱 뜻 깊을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경북도는 전 세계 16개국·78개 지역에 '새마을 시범마을'을 마련했다. 필리핀·인도·키르기스스탄·우즈벡·베트남·스리랑카·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9개국, 에티오피아·르완다·탄자니아·카메룬·세네갈·코트디부아르·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7개국과 가난 극복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새마을 시범마을 사업은 각국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중이다. 스리랑카 사바라가무와주에선 버섯재배 특화사업을 전수해 주민소득이 3배나 늘어났다. 르완다에선 불모지를 개간해 소득 증대를 이루는 것은 물론 마을주민들이 참여하는 광역형 협동조합을 설립해 지속적인 성장과 교육이 가능하도록 도왔다.

기계화 영농사업을 추진해 벼 수확량을 크게 늘린 세네갈에선 정부가 직접적인 투자를 통해 새마을 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경북도는 시범마을 사업 외에도 새마을 플러스 사업을 추진해 정보통신기술(ICT), 디지털 스마트 교육, 한글·태권도 등 K-문화를 전파하는 중이다. 또 글로벌 새마을지도자 양성사업은 물론 계절근로자 협력 프로그램 등 매년 한층 더 강화된 해외 새마을사업을 개발하고 현장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국가 공적개발원조사업

경북 대표 정체성 새마을운동, 국가 ODA 브랜드로 격상되다
아프리카 세네갈 '새마을 시범마을' 연수단 관계자들이 경북도농업기술원을 방문해 농기계 작동법을 배우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는 앞으로 새마을 ODA사업을 통해 개발도상국을 돕고 진정한 지방 외교도 실현할 계획이다. 자매결연 도시 간 단순한 수준의 교류·협력에서 벗어나 국가차원의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외연을 한층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스리랑카에선 행정내무부에 새마을국 설치, 국가차원 새마을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중앙아프리카공화국도 대통령 직속 새마을추진위원회룰 설치했다. 국가차원의 프로그램으로 격상되면서 새마을 운동의 세계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경북도는 행안부, 코이카와 함께 향후 10년간 농촌공동체(새마을)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투입되는 예산만 약 4천억원에 이른다. 더욱이 경북도는 관련 예산 4%만 출연해 경제적인 부담도 크게 줄어들게 됐다. 대상 국가는 모두 12개국이다. 아시아·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새마을 사업을 통한 개발 정책 의지가 높은 곳을 우선 대상 국가로 한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새마을전문대학원 운영 △새마을연수원 운영 △새마을시범마을 국제포럼 개최 △기업진출 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경북도가 새마을 세계화사업을 추진해 온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만큼 경북도의 새마을 운동 세계화 정책이 완벽했다는 것을 인정받은 셈이다. 경북도는 앞으로 12개국의 환경 개선과 소득 증대, 역량 개발 등 핵심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한다. 특히 새마을운동의 정신인 '근면·자조·협동'은 물론 '경쟁·인센티브·주민의 자발적 참여·지도자 리더십·주민 신뢰' 등 핵심 가치를 시대 흐름을 반영해 전파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언아더 K(또 하나의 경북)-프로젝트'도 개발·시행한다. 농업 대전환과 스마트팜 등 농업 인프라·소프트웨어를 현지에 전파하고, 정보통신기술 전문가 등을 파견해 현지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는다. 지역 저출생 및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사업 지역의 유학생과 우수한 외국인 근로자를 유치하고, 지역 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예전에는 ODA사업이 프로젝트 형태로 단건으로 진행돼 왔는데 이번 새마을 ODA사업은 부처 간 협력을 통한 융합형 사업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북도와 정부, 코이카가 함께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채로운 시너지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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