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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대구 달성군 외국인근로자센터 8층에서 만난 외국인근로자들이 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윤화 수습기자 truehwa@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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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토픽(TOPIK) 중급반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조윤화 수습기자 truehwa@yeongnam.com |
"앞으로도 계속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지난 19일 오전 9시 30분쯤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소재한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올해 첫 한국어 수업이 열렸다. 2023년 말 시설 폐쇄라는 아픔을 딛고 지난해 재개관한 센터는 해가 바뀌어도 외국인들의 교육 수요가 높았다. 주말이지만 강의실은 한국어 능력시험(TOPIK) 중급반 수업을 듣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로 북적였다. 참여 인원은 60여명. 센터가 계획한 수업 적정인원(25명)을 한참 초과했다. 그만큼 교육 열기가 뜨거웠다.
현장에서 만난 미얀마 국적 비예표아웅(35)씨는 "2013년 한국에 왔을 때부터 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친구와 선생님들을 만나며 한국 생활에 정을 붙여왔다"며 "나에게 센터는 집이고, 센터장과 팀장님은 한국의 부모 같은 존재"라고 했다.
이 센터는 정부 예산 문제로 한 차례 내홍을 겪었다. 2023년 정부는 전국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 대한 민간 위탁 운영방식을 중단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외국인 지원 역할을 일임한다며 센터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 정부 예산이 끊기며 대구 센터도 폐쇄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반발이 커지자 노동부가 대체 사업으로 '외국인근로자 지역정착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에 대구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가 선정되면서 2024년 3월 다시 문을 열었다.
네팔 국적 구릉부팔(42)씨는 센터 폐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12년간 한국에 거주하면서 동료들이 힘든 일이 생기면 저한테 연락이 많이 온다. 당시엔 제가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어 센터가 재개관할 때까지만 견뎌보자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는 네팔 국적 힘시커(26)씨는 "월급이 밀리거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바로 센터에 전화했었는데, 센터가 문을 닫은 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눈앞이 캄캄했다"며 "기댈 곳은 센터뿐인데, 혹시나 다시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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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영 대구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팀장은 "이미 한차례 예산 부족으로 센터가 폐쇄된 경험이 있어 내부적으로 걱정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 같은 사정에도 외국인들에게 센터는 여전히 '빛과 소금'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똘똘 뭉쳐 힘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외국인 근로자가 점점 느는 것도 걱정거리 중 하나다. 법무부에 따르면 대구지역 내 취업비자(E-9·H-2)를 소지한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22년 6천105명에서 지난해 7천918명으로 1천800명 이상 증가했다. 상담과 한국어 교육 등의 수요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등 각 기관이 외국인 지원 정책에 있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계속 증가하는 점을 감안, 이들을 위한 복지 정책과 운영 방침 등 별도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
정용교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초저출산·고령화 시대 우리 사회는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들을 수용하게 될 것 같다. 정부나 지자체는 큰 틀에서 향후 이민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특히, 한국어 교육 방안 등은 생산성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민자들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 수준도 어떻게 제고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조윤화 수습기자 truehwa@yeongnam.com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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