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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내부의 공조·공기청정 시스템을 강조한 모습. 천장 환기구와 곳곳에 배치된 공기청정기가 공기 순환을 돕고 있으며, 의료진은 마스크와 보호 장비를 착용했다.<영남일보 AI 제작>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염 관리를 위해 병원들이 도입한 공조·공기청정 시스템이 되레 바이러스 확산을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감염예방차원에서 공조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온 대구경북지역 주요병원들도 적절한 점검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학술지 '에어로졸 사이언스 앤 테크놀로지(Aerosol Science & Technology)' 최신호에 실린 연구내용을 보면, 병원 내 공조·공기청정 시스템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기보다 오히려 촉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런던대 로렌스 로바트(Laurence Lovat) 교수 연구팀은 병원 내 공기 흐름이 바이러스 감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한 병동에서 공기 역학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문 닫은 상태에선 바이러스성 입자가 거의 확산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쪽 문을 연 상태에서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면 입자 확산이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 환기 시스템이 작동하면 병동 내 입자 이동이 최대 5.5배까지 증가했다.
특히 공기청정기가 가동된 진료실에선 가장 먼 대기실이 인접 대기실보다 2.4배 높은 농도의 에어로졸을 포함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공조 시스템이 공기 흐름을 변화시키면서 바이러스 입자를 특정 공간으로 몰아넣거나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구경북 지역 병원들은 코로나19 이후 감염 관리 강화를 위해 공조·환기 시스템을 적극 도입했다. 특히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기계 환기와 공기청정 시스템이 확대되며 감염 차단 효과가 기대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계기로 환기 시스템 운영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측은 "병원 환경을 재점점하고, 최적의 감염 관리 대책이 필요한 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