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왕경의 퍼즐이 맞춰졌다, ‘진짜 동궁’ 발견

  •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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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06  |  수정 2025-02-06 15:33  |  발행일 2025-02-07 제11면
1천300년 전 태자의 궁궐, 월지 동편서 새로운 흔적 드러나

왕과 태자 권력 공간 분리… 신라 왕경 구조 재조명

0.7cm 상아 주사위, 순금 금박...신라 태자 삶 엿보여
신라 왕경의 퍼즐이 맞춰졌다, ‘진짜 동궁’ 발견
발굴조사가 진행된 월지 동편 Ⅱ-나 지구(빨간색 네모 부분 표시가 동궁의 실제 위치). <네이버 지도 항공뷰 캡쳐>
신라 왕경의 퍼즐이 맞춰졌다, ‘진짜 동궁’ 발견
동궁과 월지 조사구역 구획도 및 발굴조사 유구 배치도. 별표 표시된 곳이 새롭게 발견된 Ⅱ-나 지구 동궁 위치. <국가유산청 제공>
신라 왕경의 퍼즐이 맞춰졌다, ‘진짜 동궁’ 발견
월지 동편 Ⅱ-나 지구 대형건물지 전경. <국가유산청 제공>
신라 왕경의 퍼즐이 맞춰졌다, ‘진짜 동궁’ 발견
동궁 추정도 컴퓨터그래픽(CG). <국가유산청 제공>
신라 왕경의 퍼즐이 맞춰졌다, ‘진짜 동궁’ 발견
순금(99.9%)으로 제작된 선각단화쌍조문금박. <국가유산청 제공>
신라 왕경의 퍼즐이 맞춰졌다, ‘진짜 동궁’ 발견
0.7cm의 정육면체 상아 주사위. <국가유산청 제공>
신라 왕경의 퍼즐이 맞춰졌다, ‘진짜 동궁’ 발견
경주 동궁과 월지 현재 모습. <경주시 제공>

1천300여 년 전 신라의 태자가 거닐었던 궁궐, '동궁(東宮)'의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6일 국가유산청은 동궁이 경주 월성의 동쪽, 월지 서편에 위치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발굴 결과 동궁은 월지 동편에 자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동궁과 월지는 신라 통일기인 문무왕(재위 661~681) 시기에 조성됐다. 신라 왕실의 핵심 공간으로, 동궁은 태자가 거처하며 정치와 학문을 배우던 장소다. 월지는 왕궁의 정원 역할을 하며 주요 의례와 연회가 열리던 공간이다.

기존 동궁으로 추정됐던 곳 월지 서편(Ⅰ-가 지구, A건물지)은 경주 월성의 동쪽에 위치해 동궁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은 주변보다 높게 조성된 대지 위에 있어, 동궁으로 확정 짓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최근 조사에서 월지 동편(Ⅱ-나 지구)에서 서편보다 한 단계 낮은 위계의 건물이 추가로 확인됐다. 월지 동편 건물지를 동궁으로 보고 기존에 동궁으로 추정됐던 월지 서편 건물지는 왕의 공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지었다.

월지 서편 건물지는 7세기 후반에 축조돼 신라 멸망까지 유지된 건물로 증·개축 없이 보존됐다. 신라 왕경 내 최상위 위계의 건물로, 1.5m 높이의 대지 조성과 답도(계단 중앙석), 내진감주, 대형 천석 혼입 기단토, 회랑 석축기단 등 권위 있는 건축 요소들이 확인됐다. 월지 동편의 건물지는 서편보다 한 단계 낮은 위계를 지닌 태자의 공간으로 확인됐다. 이 건물지는 해발 50.3m에 위치해 왕의 공간(해발 52.6m)보다 낮다. 또 계단이 총 5개소 설치돼 있으며, 건물군 내부에는 최소 3개소의 문지가 추정된다.

새롭게 밝혀진 동궁은 단순한 태자의 거처를 넘어선 공간이었다. 정면 5칸(25m), 측면 4칸(21.9m)의 대형 건축물은 내부 기둥을 최소화한 감주(減柱) 기법으로 지어졌으며, 이는 신라의 뛰어난 건축 기술을 보여준다. 동궁 내부에는 별도의 원지가 조성돼 있었고, 기존 월지와 연결되지 않은 독립적인 배수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태자의 일상과 관련된 유물이 다수 출토됐다는 것이다. 2017년 발견된 상아 주사위는 기존 월지 주변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동궁 북쪽 생활공간에서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크기 0.7cm의 정육면체로, 현대의 주사위와 유사한 형태로 신라 시대 고급 놀이기구로 평가된다. 또 2022년에 발견된 '선각단화쌍조문금박'은 순금(99.9%)으로 제작된 금박 유물로, 한 쌍의 멧비둘기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진 모습이 신라 금속 공예의 정수를 보여준다. 문양은 서역과 동북아시아의 영향을 받은 길상(吉祥)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장성재기자 blowpap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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