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화난 保守의 민심은 무엇을 말하는가

  •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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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10  |  수정 2025-02-10 07:02  |  발행일 2025-02-10 제22면
예사롭지 않은 보수의 결집

계엄 지지나 정당화는 아냐

87년 체제 후 사회전반 걸친

좌편향 흐름을 인내해 왔던

보수층의 비상한 각오일 것

[아침을 열며] 화난 保守의 민심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대표

전례가 없었던 보수 민심(民心)의 폭발이었던 것일까? 부산역에 이어 지난 주말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렸던 尹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는 그야말로 화난 보수의 성난 파도와 같았다.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집회 참가자들은 혹한의 맹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대구역 광장을 가득 메웠다.

보수 민심의 결집 속도와 강도가 예사롭지 않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박 전(前) 대통령 때는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 때까지 탄핵 찬성 여론이 80% 정도로 반대 여론을 압도하는 현상이 지속됐었으나, 이번 윤 대통령 계엄령 사태는 계엄 직후 80%에 육박했던 탄핵 찬성 여론이 두 달여 만에 격차가 거의 줄어들었다. 그 사이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을 앞서 나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민심의 변화는 무엇을 말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민주당 세력과 좌파 진영에서는 가짜뉴스와 아스팔트 태극기부대라고 폄훼하는 극우 세력의 발호로 해석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87년 체제 이후 사회 전반에 걸친 좌편향 흐름에 수십 년간 인내해 왔던 보수층의 비상한 각성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 중심에 온건·중도층의 인식 변화, 2030 세대의 가세 그리고 이재명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한국 사회는 광복 이후 군사정부 시절까지 이념의 무게추가 우편향(右偏向)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그 중심축이 좌측(左側)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더니 문재인 정권에 이르러 그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견고하게 다져진 3040세대 중심의 전략적이면서도 선택적인 지지층을 앞세워 민주당은 연거푸 총선에서의 승리를 맛봤다. 하지만 그 승리에 도취(陶醉)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유례없는 일방통행식 의회 운영 행태를 보이더니 급기야 탄핵만이 능사라는 기조로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 불가할 정도로 극단적인 입법 독재 행보를 보여왔다. 중도층의 민심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고 동요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계엄 사태와 윤 대통령 탄핵안 국회 가결 이후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연이은 탄핵, 그리고 공수처와 헌법재판소가 보여준 균형감 잃은 행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밖에 보여 지지 않았다. 결국 온건·중도층과 보수의 민심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결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보수의 민심 변화와 결집의 원인으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실추되고 있음이 그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점이다. 법원 판결에 불복한 시민들이 법원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서 드러난 공수처와 일부 법관들의 정치적 편향성 등은 법치를 농락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堡壘)라는 헌법재판소마저 정치이념과 진영 대결의 장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보수가 힘을 모으고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윤 대통령과 계엄을 지지하거나 정당화시켜 주려는 것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가 올바르지 못하고 사법 정의가 무너져 가는 위기의식에서 나라의 안정과 발전, 미래를 위한 간절함과 염원일 것이다. 화가 난 보수의 민심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치가 이제 답해야 할 차례다.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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