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교도관과 재소자 간 위험한 '공생'...슬기로운 감방생활의 말로는 '사기'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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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17 19:13  |  수정 2025-02-18 08:55  |  발행일 2025-02-18
포항교도소 교정직 공무원 A(40)씨, 수뢰후 부정처사 등 혐의로 1심서 집유

재소자 B(44)씨, 뇌물공여 등 혐의로 징역형 선고 받아
[사건속으로] 교도관과 재소자 간 위험한 공생...슬기로운 감방생활의 말로는 사기
대구고법. 영남일보 DB

2011년 교정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2018년부터 포항교도소에서 근무한 A(40)씨. 2020년부터 투자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A씨는 당시 수감 중이던 한 40대 남성(2021년 9월 출소)으로부터 솔깃한 말을 들었다. 수감 중인 B(44)씨가 '주식 고수'이자 거액의 자산가라는 것. 곧장 B씨에게 접근했다. 교도소 내에서 각종 편의를 봐주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기로 합의했다. 이른바 교도관과 재소자 간 '감방 공생'이 시작된 것.

2020년 1월 A씨는 B씨의 비서 역할을 하던 C(37)씨와 포항의 한 유흥주점에서 만났다. A씨는 5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았다. 현금 2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받았다. 같은 해 9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785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

이후 재소자 B씨는 수감생활이 한결 편해졌다. 몰래 반입된 외부 음식을 먹었다. 전화 통화는 물론, 자신이 건넨 쪽지나 편지는 A씨 휴대전화를 통해 전송도 할 수 있었다.

수용자 개인정보도 공유했다. A씨는 B씨로부터 교도소 내 '회장'으로 통하는 한 남성에 대한 개인정보를 부탁받았다. 수용자정보 관리시스템을 통해 검색한 결과가 담긴 모니터를 B씨에게 보여줬다. 엄연한 개인정보 누설이다. 6차례에 걸쳐 행해졌다.

하지만 공생관계에 큰 균열이 갔다. A씨가 그간 한배를 탔던 B씨에게 어처구니없이 사기를 당한 것. 2020년 5월쯤 B씨가 주식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게 해 주겠다며 꼬드기자 A씨가 넘어갔다. 같은해 6월 타인 명의 계좌로 A씨로부터 6천만원을 받아 챙겼다. B씨는 애초부터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가 없었다. B씨는 같은 해 8월에도 투자금 명목으로 3천5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감방의 주식고수' B씨는 C씨에게 사기를 당했다. 치욕적인 셈이다. 2021년 4월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C씨는 B씨에 "내가 출소하지 않으면 포항의 한 로터리클럽 등과 연관된 투자 사업이 물거품이 된다. 빨리 변호사 비용을 보내라"고 했다. B씨는 2차례에 걸쳐 C씨 부인 계좌로 1천600만원을 송금했다. 교도소발 연쇄 사기 카르텔은 결국 덜미를 잡았다. 이들은 수뢰후부정처사,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사기 등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주경태)는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함께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추징금 785만원도 명령했다. B씨와 C씨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대구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승규)는 항소심에서 A씨와 B씨는 원심이 유지했다. C씨는 징역 6개월로 감형받았다.
이동현기자 leed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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