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한편 헌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선관위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결정도 이날 선고한다.연합뉴스
변론 종결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변수가 등장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27일 임명할 의무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재판부 구성에 변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4면에 관련기사
헌재는 이날 국회 측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최 대행에게 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헌재는 직접 최 대행에게 마 재판관을 임명하도록 명령할 수 없다는 취지로 지위 확인 등에 대한 부분은 각하했다. 사실상 임명 '강제성'은 언급하지 않은 것이어서 향후 최 대행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마 후보자 합류 후 변론을 재개해야 할지, '8인 체제'로 선고할 수 있는지는 임명 후 재판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정치권은 마 재판관이 임명될 경우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 구성에 변화가 생겨 지난 25일 종결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이 재개되고, 선고 시점이 늦춰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변론 종결 후 합류한 재판관이 선고에 관여하려면 변론을 재개하고 지금까지 있었던 증거조사를 다시 하는 변론 갱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의 성질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에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형사재판에서 공판 절차의 갱신은 원칙적으로 지난 공판의 녹음 파일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휴정 시간을 빼더라도 11차까지 50시간이 넘는 변론을 처음부터 다시 들어야 한다면 선고 기일 조정이 불가피하다.
재판장이 요지를 설명하거나 열람하게 하는 방식으로 '간이 갱신'을 할 수도 있지만 윤 대통령 측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윤 대통령 측은 그동안 형소법을 엄격히 따르고 심판 기간도 180일로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재판기일이 추가되는 만큼 3월 중순으로 예측됐던 탄핵심판의 최종 마무리도 늦춰질 수 있다.
9인 체제도 관심이다. '9인 체제'로 결론 낼 가능성이 있다. 6명 이상이 탄핵안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는 만큼 9인 체제에선 조금이나마 탄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즉 변론 갱신 절차를 거치더라도 11차에 걸친 변론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마 후보자가 재판관으로서 탄핵심판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당장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헌재의 권한쟁의 일부 인용 결정에 대해 “마 후보자를 임명하고 대통령 탄핵심판 의결 정족수 6명을 확보하고자 했음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며 “지극히 정치적 셈법과 꼼수"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헌재가 심리에 관여하지 않은 마 후보자를 제외하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4월18일) 전까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됐던 만큼 헌재가 재판 일정 연기는 피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현직 재판관이 9명인데 별다른 이유 없이 8명만으로 결정을 선고할 경우 정치권을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마 후보자 임명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 대행은 당장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법에 따라 최 대행은 이번 결정을 따라야 하지만 언제까지 결정해야한다는 규정과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 규정이 없기 떄문이다.
일각에선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결과가 임명 시점을 결정지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총리 탄핵안이 곧 헌재에서 기각돼 직무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한 총리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 후보자 임명을 당분간 보류할 것이란 설명이다. 앞선 두 명의 헌법재판관 임명 시에도 총리 대행의 임명 적법성을 놓고 여권의 비판이 잇따랐기에 최 대행이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임명을 미룰 것이란 관측이다.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