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時時刻刻)] 시작의 봄비를 맞이하는 청년들에게

  • 전창록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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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18  |  수정 2025-03-18 07:00  |  발행일 2025-03-18 제23면
[시시각각(時時刻刻)] 시작의 봄비를 맞이하는 청년들에게
3월의 창가에 부딪히는 봄비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요? 두보의 시 '봄밤의 기쁜비'는 '호우지시절, 당춘내발생(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이라는 구절로 시작합니다.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봄에 내려 만물을 소생케 한다'는 이 시구처럼, 봄비는 적절한 시기에 찾아와 겨울동안 잠들어 있던 대지를 깨우고, 이제 온 세상을 생명력으로 약동하게 합니다.

봄의 시작은 우리 청년들의 새로운 출발과 닮아 있습니다. 3월은 입학과 취업의 계절이자,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꿈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 시작이 언제나 쉽고 순탄한 것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두려움과 불안, 좌절과 시행착오가 함께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봄비가 대지에 스며들듯, 이 모든 경험이 우리의 성장에 필요한 과정임을 알아야 합니다. 봄비에서 몇 가지 지혜를 찾아봅니다.

# 적기를 알아보는 눈

두보가 노래한 '호우지시절'의 의미는 좋은 비는 언제 내려야 할지를 알고 있다는 것, 즉 '때'의 중요성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청년들도 이 '때'를 알아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적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각자의 성장 속도와 준비 과정은 다릅니다. 누군가는 20대 초반에 빛을 발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30대가 되어서야 자신의 길을 찾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신만의 성장 리듬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봄비가 내리기 전, 겨울은 준비의 시간입니다. 씨앗은 땅속에서 묵묵히 기다리며 때를 준비합니다. 혹 여러분의 지금이 겨울같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봄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 소리 없이 깊게 스며드는 태도

두보의 시는 이어서 '윤물세무성(潤物細無聲)'이라고 말합니다. '사물을 적시되 소리 없이 가늘게 내린다'는 의미로, 봄비의 고요하면서도 깊은 영향력을 표현합니다. 이는 청년들의 성장 과정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는 바둑 프로의 꿈이 좌절된 후 인턴으로 회사에 들어가 화려한 스펙이나 배경은 없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해 갔습니다. '미생은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이지만, 이미 죽은 자는 아니다'라는 바둑 용어처럼, 그는 매일 한 걸음씩 완생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봄비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변화시키지 않습니다.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대지를 적시고 생명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여러분의 노력도 마찬가지입니다.

# 모든 경험을 자양분으로 여기는 마음

봄비는 식물에 단순한 물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생명의 자양분이자, 성장의 촉매제입니다. 마찬가지로, 청년으로서 겪는 모든 경험(성공뿐 아니라 실패와 좌절까지도)은 여러분의 성장을 위한 소중한 자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 꽃이 져야 열매를 맺을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꽃이 지는 순간은 상실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떨어짐이 있어야 열매가 맺힐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구처럼, 인생의 바람에 흔들리는 경험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더 깊은 뿌리를 내리게 합니다. 꽃이 지는 슬픔을 넘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지혜, 그것이 바로 모든 경험을 자양분으로 여기는 마음일 것입니다.

봄비와 함께 당신 인생의 봄, 그 찬란한 시작을 응원합니다.

전창록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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