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이 미래다]〈중〉소나무재선충병 대안은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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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18  |  수정 2025-03-18 08:58  |  발행일 2025-03-18 제4면
포항 편백나무, 안동 밤나무…기후변화 대응 '수종 전환' 떠올라

[산림이 미래다]〈중〉소나무재선충병 대안은


[산림이 미래다]〈중〉소나무재선충병 대안은
재선충병은 소나무 숲을 파괴해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산림생태계 변화에 대한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방제는 쉽지 않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데다 별다른 치료제가 없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매개충 확대가 확산 속도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캐나다·일본 등 기술과 경제력이 있는 국가들도 재선충병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기존 방제 방법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산림을 조성하기 위한 해법으로 '수종 전환'이 주목받고 있다.

생태계 보호 나무 주사·천적
대규모 피해 지역 성과 못 내

반복적이고 집단 발생 지역
단목 벌채·모두 베기 불가능

경제적 가치 증대·재난 예방
경북도, 수종 전환 확대 방침


■ 수종 전환

   재선충병 화학적·생물학적 방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분류된다. 화학적 방제와 생물학적 방제다. 살충제 성분을 살포하거나 나무에 약제를 직접 주사해 병을 예방하는 방식(예방나무주사)이 화학적 방제에 속한다. 모든 재선충병 방제는 산림청의 지침에 따라 진행되는데 살충제 사용도 마찬가지다.

2025년 소나무재선충 방제용 약종 결정 내역을 보면 분무식 농후미량제(ULV)나 항공 방제의 경우 부테놀라이드계 약제를, 나무주사에는 아버멕틴계 약제를 써야 한다. 소나무가 아닌 잣나무의 경우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과 혼합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ULV나 항공방제의 경우 생태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재선충병 방제에는 나무주사 방식이 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일일이 나무에 주입해야 하는 만큼 대규모 방제는 힘들다. 더욱이 송이나 잣 채취 지역에서는 나무주사 방제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생물학적 방제로는 재선충병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의 천적을 활용하거나 페르몬 트랩(pheromone trap)을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페르몬 트랩은 성 유인 물질을 이용해 해충을 유인, 포살하는 장치다. 해충의 행동 습성에 따라 깔때기형, 끈끈이형, 수반형 등의 트랩을 사용한다. 과수원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페르몬 트랩 역시 대규모 방제에는 적합하지 않다. 천적을 활용한 방법도 가시적인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솔수염하늘소의 천적은 '가시고치벌' 애벌레다. 산림청은 2016년 가시고치벌 애벌레가 솔수염하늘소 애벌레에 기생하며 천적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가시고치벌은 솔수염하늘소 애벌레 1마리당 1∼5마리가 기생해 자라며, 기생률은 최대 59%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목 제거에 막대한 예산 소요   

소나무재선충 피해목은 제거도 중요하다. 재선충병 피해목은 재선충 감염을 더욱 확장시키는 것은 물론 산불 확산의 매개체가 된다. 고사목들은 산불이 났을 때 수관화(crown fire, 樹冠火)를 촉진해 산불의 대형화를 초래한다. 또 홍수 시 토사 붕괴 피해를 키우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피해목 제거는 단목(單木·single tree)벌채, 강도간벌, 소구역·소군락 모두 베기 방식으로 이뤄진다. 강도간벌은 일정 시기 필요한 간벌량보다 더 많은 개체 수를 솎아 베어내는 것을 뜻한다. 소구역 모두베기는 말 그대로 감염지역 전체 나무를 잘라내는 것이다.

피해 고사목은 벌채한 뒤 파쇄하거나 부득이한 경우 훈증을 실시하기도 한다. 훈증 약재로는 메탐소듐 액제(42%·25%)와 디메틸디설파이드 직접살포액제가 사용된다. 파쇄된 부산물은 칩 형태로 농축산 자재나 열병합 발전 연료로 활용한다.

재선충병 방제처럼 피해목 제거에도 한계가 있다. 재선충병이 반복적이고 집단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지역에선 단목 벌채와 모두베기 적용이 불가능하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데다 감염 발생이 지속된다고 산 전체를 베어낼 순 없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재선충병 피해목 제거와 방제를 위해 지난해 497억원 수준이던 관련 예산을 올들어 1천37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린 상황이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의 새 대안   

기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와 함께 새로운 대안이 떠오르고 있다. 바로 수종 전환이다.

수종 전환은 소나무를 대체할 다양한 나무를 심어 재선충병 피해를 최소화하고, 더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산림을 조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재선충병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물론 방제 산물의 산업적 이용 확대도 가능하다. 제거목을 용도에 따라 산업용으로 공급하고, 산림소유자에게 수익을 환원하는 형태로 추진된다.

이를 위해 산림소유자 또는 지자체는 원목생산업자 및 산림조합과 계약을 체결하고, 모두베기 방제를 시행하게 된다. 벌채, 수집, 운반 비용은 원목 생산업자와 산림조합이 부담하며 방제와 조림 비용은 지자체에서 지원한다. 산림소유자가 방제를 위해 별도로 내야 하는 비용은 없다.

경북도는 현재까지 도내 산림 195㏊ 규모의 수종 전환을 시행했다. 산림청의 기후대별 조림 권장 수종에 맞춰 포항에선 산벚나무와 편백나무를, 안동의 경우 밤나무와 참나무류를 주로 심었다. 올해는 포항, 경주, 안동 등 8개 시·군 1천여㏊ 규모로 수종 전환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수종 전환은 단순히 재선충병 방제 방안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산림을 위한 변화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수종을 산림의 경제적 가치를 증대시키고,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산불과 산사태와 같은 산림 재난을 예방하는 방안 활용도 가능하다.

산림 소유자들과 지자체가 원하는 수종이 다를 경우에는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이미 경북도는 지난해 10월 특별방제구역인 포항시 등 5개 시·군에서 200여 명의 산림 소유주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재선충병 방제 정책, 수종 전환 필요성, 방제 방법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조현애 경북도 산림자원국장은 "수종 전환을 통해 재선충병의 확산을 차단하고 방제 산물의 산업적 이용 확대 및 기후변화 대응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면서 "나아가 우리 산림의 건강을 회복시키고 미래 세대에게 보다 나은 자연환경을 물려주는 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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