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사망 21명에 헬기마저 추락 ‘대재앙’](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3/news-p.v1.20250326.1063cc99aaa74428a75e345884881ba8_P1.png)
경북 산불 주민 대피 현황. 경북도 제공
![[경북 산불] 사망 21명에 헬기마저 추락 ‘대재앙’](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3/news-p.v1.20250327.93ed2f81eb2849aa80a869211d599abe_P1.jpg)
“이 무슨 난리입니까."
의성에서 시작된 경북 산불이 27일로 엿새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산불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21명으로 집계됐다. 26일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 대피소에서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 성묘객의 부주의가 지핀 불씨가 역대 최악의 재난성 산불로 커졌다. 산불영향구역은 이미 서울 여의도 크기의 172배에 달하고,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도 20명을 넘어섰다. 연일 계속되는 진화 작업으로 소방대원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급기야 물폭탄을 실어나르던 헬기가 추락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야속하게도 하늘은 이 재난을 외면하고 있다. 27일 비가 예고됐지만 화마의 기세를 누그러뜨리기에는 강수량이 극히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다.
의성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27일로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남풍을 타고 삽시간에 청송·영양·영덕으로 번진 불길은 26일 오후 들어 각 지역마다 가늠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제각각 이동했다. 안동에선 남동풍과 함께 서북진, 영덕에선 울진 방면으로 북진 중이다. 봄철 동해안은 '푄 현상'으로 산불에 취약한 만큼 강원까지 불길이 확산하지나 않을까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26일 오후 7시 현재 청송·영양·영덕지역 산불영향구역은 1만6천019㏊ 수준이다. 앞서 안동지역 산불영향구역은 오후 5시 기준 3만700㏊로 추정됐다. 의성지역까지 포함하면 5만㏊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5만㏊는 서울 전체 면적의 약 83%에 해당한다. 이 같은 피해는 역대 최대 규모다. 2000년 4월 강원 강릉·동해·삼척·고성 산불(2만3천913ha)과 2022년 3월 경북 울진 및 강원 강릉·동해·삼척 산불(2만523ha)보다 2배 이상 크다. 더욱이 2022년 울진·강릉·동해·삼척 산불 피해액이 9천86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화재 피해액은 천문학적인 숫자가 예상된다.
![[경북 산불] 사망 21명에 헬기마저 추락 ‘대재앙’](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3/ams.001.photo.202503261750296899122097_P1.jpg)
경북 지역 대형 산불이 닷새째 이어진 26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지경리의 민가가 불에 타 소실되어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인명피해도 역대급으로 심각하다. 26일 오후 7시 현재 산불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21명이다. 지역별로는 영덕 8, 영양 6, 안동 4, 청송 3명이다. 중상자는 7명, 경상자 8명으로 파악됐다. 의성에서는 진화작업을 하던 헬기가 추락해 기장 A(73)씨가 순직했다. 이로 인해 한때 전국의 모든 산불진화헬기에 대한 전면 운항중지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의성·안동지역 대피자 수는 1만8천589명이었으며, 이 중 9천836명은 귀가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경북 의성, 경남 산청, 울산 울주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으로 번지며 역대 최악의 산불 기록을 갈아 쓰고 있다"며 “기존의 예측 방법과 예상을 뛰어넘는 양상으로 산불이 전개되는 만큼, 전 기관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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