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휩쓴 초대형 산불…‘소나무 숲’ 따라 활활 번졌다

  • 이지영
  • |
  • 입력 2025-03-27 11:44  |  발행일 2025-03-27
경북 산림 35%가 소나무…불 잘 붙고 오래 타
의성·영양 등 진화율 저조…“수종 전환 시급”
경북 휩쓴 초대형 산불…‘소나무 숲’ 따라 활활 번졌다

전국 소나무 분포도. 국립산립과학원 제공

“산이 아니라 송진이 불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산불이 번지는 곳마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다름 아닌 '소나무 숲'이다.

경북을 비롯한 동해안 내륙 산간에 초대형 산불이 빈번한 이유 중 하나로 '소나무 중심의 숲 구조'가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산불이 번진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일대는 모두 소나무 분포 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27일 산림청 임업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경북의 소나무(소나무·해송 포함) 숲 면적은 45만7천902㏊로 전국 1위다. 강원(25만8천357㏊), 경남(27만3천111㏊)보다도 20만㏊ 가까이 많다. 이는 경북 전체 산림 면적의 약 35%에 달하는 수치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제작한 전국 소나무 분포도 역시 경북 북부에 진한 녹색 띠가 두껍게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소나무가 산불에 극도로 취약한 수종이라는 데 있다. 송진이 테라핀 등 인화성 정유물질을 20% 이상 포함하고 있어 불이 잘 붙고 오래 탄다. 국립산립과학원 연구를 봐도 소나무는 활엽수보다 1.4배 뜨겁게 타고, 연소 지속시간도 2.4배 길다.

경북 휩쓴 초대형 산불…‘소나무 숲’ 따라 활활 번졌다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이 발생한지 엿새째인 27일 오전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에 산불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이번 의성 산불처럼 소나무가 빽빽한 지역에서 발생한 불은 특히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소나무는 사계절 내내 잎이 붙어 있어 불이 나면 나무 밑동이 아닌 윗부분까지 한꺼번에 불에 탄다. 이렇게 나무 꼭대기 잎과 가지까지 번지는 현장을 '수관화(樹冠火)'라고 부르는데, 수관화가 발생하면 불씨가 바람을 타고 수십에서 수백m까지 날아가 다른 곳으로 옮겨붙는 '비화(飛火)'가 생기기 쉽다.

이런 '수관화'와 '바화'의 반복 탓에 불은 예상보다 빠르게 퍼지고, 진화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산림청이 공개한 27일 오전 5시 기준 산불 상황도를 보면 의성군의 진화율은 54%로 여전히 절반에 못 미치고 있으며, 1만2천685㏊에 달하는 산림이 불에 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영양군은 진화율이 18%에 그쳤고, 청송군과 안동시, 영덕군도 각각 77%, 52%, 10%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림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산업화 시기 황폐한 산림을 빠르게 복원하기 위해 대량 식재된 소나무가 이제는 화재의 취약지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은 활엽수 등 내화성이 강한 수종을 중심으로 수종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소나무는 잘 자라고 관리가 쉬워 많이 심긴 수종이지만 불에 약한 게 단점"이라며 “모두 없애자는 게 아니라, 주택가나 산업시설 등 보호해야 할 구역 인근에서는 우선적으로 솎아내는 수종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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