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산불... 의성에서 인명 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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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30  |  수정 2025-03-31 08:54  |  발행일 2025-03-31
사상 최악의 산불... 의성에서 인명 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강풍을 동반한 산불이 발생한 지난 22일 즉시 의성실내체육관에 임시대피소를 마련히고, 주민들을 대피시킨 의성군. <의성군 제공>

경북 의성발 산불은 인명은 물론, 울창했던 산림과 건축물(주택, 창고 등), 각종 시설이 불에 타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특히 이번 산불로 경북 북동부지역 5개 시·군에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재난안전문자 발송 전 대피 완료

사망자만 26명에 이를 정도로 큰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산불이 최초로 발생한 의성은 상대적으로 인명 피해가 적었다. 실제 30일 현재 의성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 중 사망자는 모두 2명이다. 이 가운데 진화용 헬기를 조종하다 숨진 70대 기장을 제외하면, 화마를 피하지 못해 숨진 주민은 고운사 인근 외진 곳에 홀로 살던 80대 어르신이 유일하다. 이처럼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던 데는 의성군의 행정역량이 큰 힘을 발휘했다.

지난 22일 안평면 괴산리에서 발화한 산불이 강풍을 업고 인구가 밀집한 의성읍을 향해 동진할 당시, 의성군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진화에 직접 동원된 인력을 제외한 모든 행정 역량을 주민 안전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조치는 현장으로 신속하게 전파됐다.

산불 피해가 우려되는 읍·면의 공무원과 마을순찰대 역할을 담당하는 이·동장 등이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대피 사실을 알렸다.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산불 발생 당일 의성읍과 안평면에 거주하는 2천여명의 주민들은은 의성실내체육관과 면사무소, 마을회관 등에 마련된 임시대피소로 대피했다. 이처럼 담당자들의 발빠른 대처는 대피를 알리기 위한 재난안전문자가 발송되기 전 완료됐다.

이 외에도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와 읍·면 관계자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요양원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재난 상황을 알리는 한편, 119구조대 등과 협력해 인근 병원과 임시대피소(의성실내체육관)로 이송했다. 한편 산불 이후 임시대피소에 머물던 6천428명(3천789세대)중 30일 현재 294명(83세대)이 남아 있다.

△ 11인의 사투가 고운사 명맥 살려

천년고찰 고운사가 이번 화마에도 그나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화염의 위험 속에서도 끝까지 현장을 지킨 소방대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의성군 안평면에서 발화한 산불이 동진하던 지난 25일. 산불로부터 고운사를 지키기 위해 대기하던 이종혁 과장(경산소방서 119재난대응과)과 10명의 소방대원은 이날 오후 3시 15분쯤 바람이 더 거세졌지만 각자의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 그러던 오후 4시 50분쯤 단촌면 변방리에서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불길이 산을 넘어 고운사를 향한다는 무전이 빗발쳤다.

더 지체할 수 없었던 이 과장과 소방대원들은 문화재 철수와 뒷정리를 위해 남아있던 고운사 관계자 등의 대피를 주문하고 산불 대응을 위한 마지막 점검을 서둘렀다. 그러던 중 인접한 산 정상을 넘는 불길이 눈에 들어온 지 30초도 걸리지 않아, 강력한 열기를 느꼈다. 그 순간 이 과정은 오전에 미리 봐 두었던 대피소로 긴급 이동했다. 1시간 30분 정도 머문 뒤, 큰 불길이 지났다는 생각에 아직 화마를 입지 않은 대웅전을 살리기 위해 방수를 시작했다. 그렇게 불을 끄다가 다시 대피하기를 반복하던 중 대피소에도 연기가 들어차면서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던 공간마저 사라졌다. 더 이상 버티기가 불가능해진 이들은 신속동료구조팀(RIT)의 지원으로 구조버스를 타고 현장을 벗어났다.

그렇게 밤을 꼬박 새운 이들은 다음 날 오전 5시 다시 고운사로 돌아왔다. 이종혁 과장은 “해일처럼 밀려오는 이번 산불의 열기는 평생을 소방관으로 살아온 우리에게도 엄청난 위협이었다"면서 “안타깝게도 국가지정문화재인 가운루와 연수전은 모두 타버렸지만, 하늘의 도움인지 대웅전은 무사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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