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어린이날 사흘 앞둔 놀이터 텅 비었다…“놀 시간이 없어요”](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5/news-p.v1.20250502.ec9cec491e4e4c42ab1c40c4e924262a_P1.jpg)
2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한 놀이터. 어린이날을 앞두고도 놀이터는 조용했다. 학원 시간을 피해 잠깐 들른 아이 몇 명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었고, 벤치에 앉은 보호자들은 짧은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강승규 기자
2일 오후 2시, 대구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한 놀이터. 분홍 철제 그네가 바람에 미약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미끄럼틀 아래에는 햇살만 고여 있었고, 시소는 균형을 잃은 채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어린이날을 나흘 앞둔 오후였지만, 간헐적으로 아이들이 미끄럼틀을 타며 소리를 냈다. 하지만 놀이터 전체는 조용했다. 비어 있다기보다는 '채워지지 않은 공간' 같았다.
같은 시각, 인근 초등학교 정문 앞엔 아이들이 줄지어 나왔다. 손을 꼭 잡은 모녀 한 쌍이 놀이터 앞으로 지나간다. 아이는 잠시 그네 앞에 멈춘다. 그러나 엄마는 “영어 학원 늦겠다"며 아이의 팔을 가볍게 끌어당긴다. 그네의 쇠사슬은 찰칵 소리 한 번 내지 못한 채 그대로 멈춰 있다.
“놀이터에서 친구들 만나기 정말 어려워요. 다들 바빠서요."
초등학교 4학년 서민지(가명·10)양은 기자에게 짧게 말한 뒤, 커다란 학원 가방을 매고 빠르게 사라졌다. 가방엔 영어, 수학, 코딩 교재가 빼곡히 들어 있었다. 그 아이의 발걸음은 놀이터가 아닌 '다음 목적지'를 향해 있었다.
놀이터 주변을 둘러보자, 비슷한 장면이 이어졌다. 벤치에 앉아 있던 40대 주부 김모씨는 “여기 단지에 아이들이 수백 명은 살지만,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놀이터는 텅 비어 있다"며 “다들 학원 다니느라 시간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아동의 일상 속 '자유 놀이'는 점점 자리를 잃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여가 시간은 1시간도 되지 않는다. 학원·숙제·과제 등으로 채워진 일정표 속에서 놀이는 가장 먼저 밀려나는 항목이 됐다.
지역 한 대학 아동학과 교수는 “자유 놀이는 아이의 사회성, 감정 조절, 창의력 형성에 꼭 필요한 요소"라며 “놀지 못하는 아동은 정서적·인지적 발달이 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일부 학교에 '놀이 중심 수업'을 도입했다. 반면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수성구 한 초등학교 교사는 “놀이 시간을 마련해도 학부모 반응은 '시간 아깝다'가 대부분"이라며 “놀이를 교육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