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비 120만원중 80만원 저축” 한부모가족시설서 다섯살 딸과 자립 꿈

  •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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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05 20:57  |  발행일 2025-05-05

남편폭력에 이혼 '잉아터' 거주하는 수경씨

지역 대학 다니며 사회복지사 공부도

“아이만 잘 클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어요"

“기초생활비 120만원중 80만원 저축” 한부모가족시설서 다섯살 딸과 자립 꿈

5일 오후 어린이날을 맞아 딸 김민아(5) 양과 함께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에 나들이를 나온 김수경(44) 씨가 비눗방울 놀이를 즐기는 딸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조윤화 기자

“다섯 살 딸아이를 홀로 키우면서 힘들 때가 왜 없겠어요. 그래도 아이가 '엄마 사랑해요'라며 품에 쏙 안길 때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샘솟아요."

어린이날인 5일 오후, 비눗방울 놀이를 하며 대구 동촌유원지를 뛰노는 딸 민아(5)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엄마 김수경(44)씨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양이 3살이 되던 해, 김씨는 남편과 이혼했다. 아이 앞에서도 서슴지 않던 남편 폭력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김씨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내렸던 선택이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모녀는 2023년 집을 나오면서 한동안 가정폭력 피해 여성쉼터인 '여성의 집'에 머물렀다. 그러다 김씨는 책장에 꽂혀있던 동구청 소식지 '팔공메아리'에서 한부모가족 양육지원시설인 '잉아터'에 관한 정보를 접했다. 이들은 그해 12월부터 '잉아터'로 거처를 옮겨 현재까지 머물고 있다.

잉아터는 대한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시설이다. 설립 당시엔 미혼모만 머물 수 있었으나 2023년 10월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으로 이혼, 미혼 등으로 인한 모자세대로까지 지원범위가 확대됐다.

잉아터에서 지낼 수 있는 기간은 3년 남짓. 연장 기준에 따라 최장 4년까지 지낼 수 있지만 수경씨는 벌써부터 미래가 걱정이다. 그래서다. 저축도, 취업준비도 허투루 할 수 없다. 현재 김씨는 대구의 한 전문대학(보건복지경영학과)에 다닌다. 김씨는 “복지서비스를 누리고 있는 당사자로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복지 분야에 큰 관심이 생겨 진학했다"고 했다. 민아가 오전 9시 등원하고 나면 수경 씨는 책상에 앉아 학교 과제를 챙기고, 사회복지사 자격증 공부에도 열을 올린다. 최근 취업에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 공부도 시작했다.

김씨의 주 수입원은 기초생활수급비 120만 원.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구지역 한부모가구는 7만6천348가구다. 이 중 기초생활보장비를 받는 수급 가구는 1만843가구다. 그중 모자가구(8천608가구)가 대다수(79%)를 차지한다. 빠듯한 살림살이 속에서도 김씨는 기초생활수급비의 3분의 2를 저축한다. 주거비가 들지 않는 데다, 어린이집 비용과 2주마다 16만원의 부식비를 시설에서 지원해줘서 가능한 일이다. 김씨는 “잉아터에서 지내는 동안 목돈이 나갈 일이 별로 없어 나중을 위해 저축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한다"고 했다.

현재 김씨는 자신이 혼자서도 이렇게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재학 중인 대학 등록금은 발품을 팔아 직접 알아본 끝에, 한국장학재단 지원을 받아 해결했다. 김씨는 “순간순간 힘이 많이 들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한결 편안해진 딸을 보면 다시 힘이 난다"며 “민아가 바르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아이만 잘 성장해주면 어떤 고단함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엄마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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