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에 담긴 고려인의 꿈”…상형청자, 천년고도 경주를 찾다

  •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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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05 17:48  |  발행일 2025-05-05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국보 ‘어룡 모양 주자’ 등 걸작 97점 첫 전시
오리·기린·용까지…고려의 상상력과 감각, 도자기에 살아나다
신라에서 고려로 이어진 형상의 미학… 왕실의 품격과 신앙 표현
“청자에 담긴 고려인의 꿈”…상형청자, 천년고도 경주를 찾다

물고기의 몸통과 용의 머리를 결합한 국보 '청자 어룡 모양 주자'(왼쪽)와 복숭아를 든 도교의 여신 서왕모로 추정되는 인물형상 주자.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청자에 담긴 고려인의 꿈”…상형청자, 천년고도 경주를 찾다

고려 12세기 국보 청자 사자 모양 향로(왼쪽)와 청자 원앙 모양 향로 뚜껑.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청자에 담긴 고려인의 꿈”…상형청자, 천년고도 경주를 찾다

통일신라시대 오리 모양 뿔잔(왼쪽)과 사자 모양 향로 뚜껑 상형토기.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사람과 동물, 심지어 상상의 존재까지 빚어낸 '고려상형청자'의 정교한 형상 속에는 고려인의 뛰어난 감각과 상상력, 그리고 도자기라는 매체에 대한 깊은 경외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상형청자'를 열고 있다. 고려청자의 진수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로 오는 8월 24일까지 열린다.

상형청자(象形靑磁)는 말 그대로 '특정 형상을 본떠 만든 청자'다. 오리·사자·기린 같은 실제 동물은 물론, 용과 어룡 같은 상상의 존재, 복숭아·조롱박 등 식물과 도교 인물까지 다양한 형상을 도자기의 형태로 빚어냈다. 실용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추구한 고려 특유의 미감이 이 형상 안에 집약돼 있다.

지난 3일 열린 전시에서 큰 관심을 끈 건 단연 고려 12세기 국보 '청자 어룡 모양 주자'다. 물고기의 몸통과 용의 머리를 결합한 독특한 형상으로 치켜올린 꼬리에서 입으로 물줄기가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지느러미 끝에 더한 백토 장식은 장인들의 세밀한 손길을 느끼게 한다.

또 '청자 사람모양 주자'(고려 13세기)는 고려청자가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 종교적·정신적 의미를 담아냈음을 보여준다. 복숭아를 든 도교의 여신 서왕모로 추정되는 인물형상에서 고려인의 신앙적 감성과 정밀한 표현력이 엿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고려 상형청자의 뿌리가 이미 신라시대 경주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전시 1부에서는 통일신라의 오리 모양 뿔잔과 사자 모양 향로 뚜껑 같은 상형토기를 소개하면서 고려청자가 신라의 전통을 계승하며 창조적 발전을 이뤘음을 강조한다. 도자기에 담긴 동물과 식물의 상징적 의미도 흥미롭다. 오리나 원앙은 평화와 부부 금슬을, 복숭아나 석류는 장수와 다산을 뜻한다.

전시를 마무리하는 4부에선 도교·불교 신앙과 연결된 상형 청자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향로와 불상, 의례용 기물이 도교와 불교 의례에서 어떻게 쓰였는지를 보여주며 청자에 담긴 정신적 가치와 예술적 성취를 함께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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