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
항소심을 앞두고 최근 포항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한목소리로 포항지진에 대한 공식 사과와 실질적인 배상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정의로운 판결을 탄원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포항시의회는 '포항지진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 및 책임 이행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이강덕 포항시장과 김정재·이상휘 국회의원은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결과 정부의 실질적 책임 이행을 촉구했다. 지역 여론은 항소심 최종변론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태도로 더욱 악화됐다. 정부 측 대리인은 항소심 변론과정에서 "지열발전과 포항지진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미 정부 산하 조사단과 민간 전문가들이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을 촉발했다'고 과학적 결론 내린 사실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즉각 반발했다. "정부가 스스로 구성한 조사 결과조차 외면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특히, 해당 지열발전사업에 정부가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인식과 태도는 시민들의 상식과 감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지난해 10월 검찰의 수사 결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무려 6년 9개월 만에 나온 수사 결과는 '정부 관계자 전원 불기소'였다. 국책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명백한 인재임에도, 법적으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된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민사소송 대응에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그래서 이번 항소심 판결은 단순한 손해배상의 차원을 넘어, 국가와 국민 사이의 신뢰 회복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과제를 안게 됐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국가의 책무가 재판부의 판단 속에서 어떻게 구현될지가 핵심이다. 재난의 원인을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국가는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포항지진이 인재였음을 분명히 인정하고, 포항시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금전적 보상만이 아니다.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에서 비롯된 위로와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하고 있다. 포항시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판결문 몇 줄이 아니다.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다. 포항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은 시민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진솔한 사과에서 출발해야 한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마창성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