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공동체 역할 고민하는 서병철 대구YMCA 사무총장](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5/news-p.v1.20250504.cfb9d43a2d2f40eeaa87e40870a966f5_P1.jpg)
서병철 대구 YMCA 사무총장이 지난달 25일 복합문화공간 '라일락뜨락1956'에서 열린 이상화·현진건 82주기 추념 문화제에 참석했다. <대구 YMCA 제공>
서병철 대구 YMCA 사무총장이 지역 시민들과 함께 대구 YMCA의 발자취와 청년세대, 그리고 공동체가 가져야 할 역할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달 25일, 복합문화공간 '라일락뜨락1956'에서 열린 이상화·현진건 82주기 추념 문화제에 참석한 서 총장은 YMCA의 역사와 민족 시인 이상화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의미 있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1915년에 문을 연 대구 YMCA는 올해로 창립 110년을 맞이한 유서 깊은 민간 국제단체다.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아픔 속에서 창립된 대구 YMCA는 3.1운동 당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친 조직 중 하나였다.
대구에서는 1919년 3월 8일 만세운동이 일어났으며, 이때 교남 YMCA(현 대구 YMCA의 전신)의 초대 회장이자 당회장이었던 이만집 목사가 선봉에 섰다. 김태련 초대 총무는 대구·경북의 조직책으로 활동하며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또 교남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백남채, 최경학 등 주요 인사들 역시 대구 YMCA의 중심 인물로, 3.8 만세운동을 이끌었다. 이상화 시인 또한 교남학교 교사로서 독립운동과 신간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이들과 뜻을 함께 했다.
서 총장은 이상화 시인의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대해 단순한 저항시로 보기보다는, 당대 청년들이 개인적 욕망을 넘어서 모두가 잘살 수 있는 길을 고민한 '자기 성찰의 시'로 해석했다. 최근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깊은 갈등의 원인을 그는 공동체 의식의 결여에서 찾았다. 각자 주장과 권리만 내세우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시민적 덕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 총장은 차별과 혐오, 배제가 팽배한 현실을 언급하며,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탈근대 공화주의적 시민의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공동체의 주체로서 시민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 출신인 서 총장은 대구와 고향 포항의 아침 풍경을 비교하면서, “바다를 보고 나면 어제 힘들었던 일도 털어낼 수 있는데, 내륙 분지인 대구는 그와는 다른 정서가 있다"며 대구의 폐쇄성과 전통적 자존심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철학자 들뢰즈의 말을 인용해 “자기 세계 안에 갇히지 말고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며, 수도권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지역 중심의 관점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과거 이상화 시인처럼 시대적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서 총장은 다양한 문화권의 청년들이 모이는 오늘날을 다문화 시대라고 정의하면서, 대구를 '동아시아 청년 허브 도시'로 육성하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아울러 근대화의 상징인 대구의 정체성을 청년들과 함께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도 밝혔다.
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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