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픽] 늦봄의 정취를 만끽하는 ‘인각사’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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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09 08:21  |  발행일 2025-05-09
[주말, 픽] 늦봄의 정취를 만끽하는 ‘인각사’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저술한 사찰로 유명한 인각사. 완만한 산지에 자리잡은 이 사찰 주변에는 위천이 흐르고 있어 평안을 느낄 수 있다. <군위군 제공>

[주말, 픽] 늦봄의 정취를 만끽하는 ‘인각사’

인각사 건너편에 자리한 학소대는 주변 소나무숲과 하천이 어우러진 절경으로 유명하다. <군위군 제공>

따스한 기운을 가득 품은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계절이 돌아왔다.

지척에는 꽃이 고개를 내밀고, 먼 산에는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할 파릇한 기운이 움트고 있다. 서서히 한기를 밀어낸 훈풍이 가득한 지금, 온 가족이 여유롭게 늦봄의 정취를 만끽할만한 곳은 없을까.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에 자리한 '인각사(麟角寺)'는 일연 스님(고려시대 보각국사)이 역사서 중 하나인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으로 유명하다.

일연 스님이 말년에 어머니를 모시고 머물렀던 이 사찰은 화산(華山) 북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주변은 완만한 산지와 위천(渭川)이 흐르는 평야 지대로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신라 선덕여왕 11년(서기 642년) 의상 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 이 사찰에서 일연 스님은 삼국유사를 비롯한 불교서적 100여권을 저술했고, 구산문도회(九山門徒會)를 두 번 열었다.

특히 삼국유사는 삼국시대의 역사·설화·불교문화 등을 수록한 귀중한 사료로, 현재까지도 한국 고대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문헌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2년 절터 전체가 대한민국 사적 제374호로 지정된 인각사는 단순한 사찰의 의미를 넘어, 한국 정신문화의 원형을 간직한 장소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이를 뒷받침하듯 2007년 인각사지 발굴 조사 중 사찰 내에서 사용된 기와와 도자기를 제작하던 도요지(陶窯址·가마터)가 발견돼, 당시 사찰에서 자체적으로 기와나 불구(佛具·불교 용품)를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다양한 기와와 백자·청자편 등이 발견돼 인각사가 단순한 종교 수행 공간을 넘어, 문화 생산의 중심지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역사문화 공간으로 명성이 높아서일까?

사찰 규모는 기대와 달리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경내에 들어서면서 느끼는 평안만큼은 어디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사찰이 들어선 자리가 상상의 동물인 기린의 뿔에 해당한다는 데서 기인한 인각사에는 극락전, 명부전, 미륵전, 산령각 등이 있다.

경내를 벗어나면 보각국사탑(보물 제428호)과 고려 충렬왕 15년(서기 1289년)에 입적한 보국국사 일연 스님의 부도탑과과탑 비문이 적힌 보각국사비가 방문객을 맞고 있다. 일연 스님의 제자인 법진이 세운 보각국사비의 비문은 당시 문장가인 민지가 왕명을 받들어 지었고, 글씨는 왕희지의 글씨를 집자해 만들었다.

인각사 맞은 편에는 높이만 30m에 이르는 크고 웅장한 암벽으로 형성된 절벽인 '학소대'가 눈에 띈다. 예로부터 학이 살았다고 하는 이 절벽은 주변 자연 송림(소나무숲)과 하천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실제 좌우의 짙은 송림과 석산의 조화로 시인묵객들이 아름다운 풍광을 노래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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