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는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한 요양병원에서 향년 97세 나이로 별세했다. <나눔의집 제공>
“나랑 미국에 가는 걸 참 좋아했어요. 몇 달 전 만났을 때도 건강이 좋지 않아 보였어요. '우리 미국 또 언제 가느냐'고 묻기에 건강해지면 꼭 같이 가자고 답해줬는데, 이리 먼저 가버리니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12일 먼저 소천한 이옥선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기찻길에 오른 이용수 할머니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서로의 기억조각들을 반추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는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7세. 할머니는 그간 나눔의 집(경기도 광주시)에서 지내왔으나, 지난해 3월부터 건강악화로 요양병원에서 지냈다.
이옥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대구의 이용수 할머니와 경북의 박필근 할머니를 비롯해 총 6명만 남게 됐다.
이용수 할머니는 “원래 14일에 서울 일정이 있어서 내일(13일) 올라가서 하룻밤 자고 가기로 했는데, 오늘(12일) 장례식장에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미국에도 또 같이 가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만날 때마다 (이옥선 할머니가) '우리 준다는 거 그거(배상금) 언제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대통령이 약속을 했으니까 곧 줄 거라고 매번 안심시켰는데 결국 못받고 떠났다"며 슬퍼했다.
부산 출신인 이옥선 할머니는 1942년 심부름길에 납치돼 중국 옌지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일본군 부대로 보내져 강제노역과 성폭력 등 갖은 고초를 겪었다. '도미꼬'란 일본 이름을 받은 할머니는 해방 후 중국에 머물다 2000년 6월 1일에야 다시 고국땅을 밟았다.
이후 이옥선 할머니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다. 2002년 미국 브라운대 강연을 시작으로 일본·호주 등지에서 위안부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2013년엔 미국·독일·일본 3개국 12개 도시를 순회하는 '인권 대장정'에도 나섰다.
현재 남은 위안부 생존 피해자 6명 모두 90대 고령자다. 하루하루가 이들에겐 삶의 고비다. 이용수 할머니와 박필근 할머니는 아직 정정하다. 두 할머니는 오는 15일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열릴 한 기자회견에도 참석해 위안부 피해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한다.
이용수 할머니를 지원하는 수성구청 측은 “할머니는 간병인을 두고 있는데 매일 근황이나 특이사항을 체크하고 있다. 고령인 탓에 무엇보다 건강을 많이 챙기고 있다. 현재 식사,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고, 서울 행사도 직접 다녀올 정도로 건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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