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여성 선수의 건강 위협하는 '삼징후'

  • 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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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13  |  수정 2025-05-13 07:54  |  발행일 2025-05-13 제22면
[3040칼럼] 여성 선수의 건강 위협하는 삼징후
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
최근 여성 스포츠의 발전과 함께, 여성 운동선수들이 겪는 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성 운동선수의 근골격계 부상의 원인을 물리적인 외력으로 인한 결과라고 판단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의외로 높은 비율로 균형 잡히지 않은 식습관이 원인일 수 있다.

모 피겨 스케이트 선수는 체중 관리를 위해 그릭요거트를 주식으로 섭취하며, 다른 수영 선수는 영양 성분이 골고루 구성된 식사를 하기보다 본인이 좋아하는 빵과 과자로 식사를 대신한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운동선수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에너지 요구량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낮은 에너지만을 섭취하고 있다. 이러한 식이 습관을 장기적으로 가져간다면 분명 그들에게 후폭풍이 올 것이 분명하다.

고강도의 훈련을 통해 소모하는 열량이 섭취하는 열량보다 적게 되면 운동 후 남아있는 에너지의 양이 거의 없게 되며 이러한 상황을 낮은 에너지 가용성(low energy availability·LEA)이라고 부른다. 낮은 에너지 가용성 상황에서는 우리 몸의 세포 유지, 체온 조절, 회복 능력 등이 감소되며, 월경불순, 낮은 골밀도와 밀접한 상관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증상들을 통칭해 여성 운동선수의 삼징후(female athlete triad·FAT)라 일컫는다. 삼징후는 단기적으로는 피로, 집중력 저하, 운동수행 능력 감소, 스트레스, 골절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불임, 만성 섭식장애, 골다공증,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낮은 에너지 가용성은 월경불순과 낮은 골밀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월경불순은 유전, 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낮은 에너지 가용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능적 시상하부 무월경은 성선자극호르몬의 분비를 감소시켜 무월경의 상태를 만든다. 결국 이러한 기능적 시상하부 무월경은 낮은 체내 에스트라디올과 프로게스테론 수치의 감소를 가져오며, 체내 여성호르몬의 감소는 결국 뼈의 성장을 억제하고 골밀도를 감소시켜 골다공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 즉, 여성 선수의 골다공증이라는 엄청난 결과가 영양 불균형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삼징후' 관련 65개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삼징후' 중 1가지 요인을 가진 경우가 최대 60%, 2가지 요인을 가진 경우 최대 27%, 3가지 모두를 가진 경우 최대 15.9%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여성 운동선수들의 '삼징후' 문제는 결코 대수롭게 여길 수준이 아니다.

삼징후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의학, 영양학, 심리학, 생리학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식사량과 운동량을 조절해 에너지 가용성을 정상화하고, 적절한 체중 증가를 통해 생리 주기 회복과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칼슘과 비타민D, 철 등의 미량 영양소 섭취를 하는 것이 '삼징후' 예방에 도움이 되며, 특히 이러한 미량 영양소의 섭취는 보조제 형태가 아닌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따라서 여성 운동선수, 지도자, 가족, 동료 모두는 일시적인 경기력 향상 및 외모 관리 등을 위한 지나친 체중 조절은 운동선수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 요소임을 인지하고, 선수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에너지 균형과 영양 섭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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