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용시설’에서 ‘기피시설’이 된 전기차 충전소](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5/news-p.v1.20250513.f05d0e2257754e809bfa4cda49286268_P1.png)
대구 북구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 부착된 전기차 지상충전 및 주차 협조요청 안내문. 영남일보 DB
#1. 2018년 11월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자신의 차량으로 정문 주차장 진출입로를 틀어막는 일이 발생했다. 이 주민은 경찰 출동에도 꿈쩍않다가 5시간 뒤 차량을 옮겼다. 그가 이같은 행동을 한 건 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를 통해 건의한 전기차 충전기 설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였다.
#2. 2025년 5월초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전기차 충전기 설치 장소를 두고 입주민 간 마찰이 빚어졌다. 3개 동으로 구성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1개 동에 전기차 충전기를 밀집 설치하기로 결정해서다. 해당 동 주민들이 부당한 처사라며 반발한 끝에 현재 설치계획을 원점 재검토키로 했다.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다. 예년엔 꼭 '필요'한데 다소 '부족'한 인프라가 문제였다면, 최근엔 잦은 화재 탓에 '불안'과 '두려움'이란 부정적 시선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14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지난해말 기준)는 모두 41만여기다. 올해 목표치는 59만여기. 정부가 아파트 전기차 충전기 설치 의무화로 2030년까지 전기차 및 수소차 450만대, 전기차 충전기 123만기(누적) 보급을 목표로 세운 결과치다.
이처럼 전기차 충전기 수요가 점차 증가하곤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지난해 8월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탓이다. 당시 불은 약 8시간 만에 꺼졌다. 이 화재로 시꺼먼 연기가 아파트를 뒤덮었고 차량 800여대가 불에 탔다. 5개 동 480여세대의 전기도 끊겼다.
이 사고를 기점으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꺼리는 움직임이 심화됐다. 아울러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거부감도 표출됐다. 실제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에선 지하 주차장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기를 모두 지상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이 아파트는 현재 이전 공사를 마치고, 운영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 외에도 지역 각지에선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근본적으론 전기차 관련 기술이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식이 점차 악화하는 것"이라며 “다만, 시민 스스로 집단이기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권리와 책임은 동반된다. 공공부문에서도 자치보장 명분하에 지역사회내 갈등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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