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전남 나주시 금성관 망화루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유세에서 민주당 선거 운동원들이 엄지를 내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대선을 앞두고 전국의 주요 거리마다 '로고송'이 울려퍼저 선거 분위기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경연장을 방불케할 정도다.
19일 각 후보 캠프 등에 따르면 대선 로고송은 대부분 기성 대중가요를 개사해 만들어졌다. 특히 눈에 띄는 곡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동시에 선택한 '질풍가도'. 일본 애니메이션 '쾌걸 근육맨'의 주제가로 알려진 이 곡은 빠른 템포와 강한 비트 덕분에 야구장과 대학 축제 등에서 '떼창곡'으로 자주 쓰인다. 두 후보 캠프는 이 곡에 각자의 메시지를 입혀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이문세의 '붉은 노을', 윤수일의 '아파트', 김수희의 '남행열차', 코요테의 '순정' 등 친숙한 18곡을 선곡해 세대와 장르의 폭을 넓혔다. 윤일상 작곡의 창작곡 '지금은 이재명', 릴피쉬의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등도 포함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지난 17일 전북 전주시 전동성당인근에서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후보도 영탁의 '찐이야', SS501의 'UR MAN', 김종국의 '사랑스러워', 오렌지캬라멜의 '까탈레나' 등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13곡으로 맞섰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지난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썼던 박현빈의 '앗! 뜨거'를 다시 꺼내들었다. 이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홍 대표님의 흥을 이어받아 보겠다"며 청년 표심 공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충청남도 천안중앙시장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반응도 뜨겁다. 지난 18일 서문시장에서 만난 김모(41)씨는 "아들이 질풍가도를 따라 부르더라"며 "선거송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고 웃었다.
선거 로고송은 대부분 기존 대중가요를 개사하거나 편곡해 사용하며, 반드시 원작자인 작사·작곡가로부터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곡당 사용료는 200만원이며, 저작자의 인격권에 대한 승낙도 필요하다.
한편, 국내 대선에서 대중가요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첫 주자는 1987년 제13대 대선에 출마한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였다. 군사정권 이후 처음 치러진 직선제 선거에서, 노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자신의 애창곡 '베사메무초'를 직접 부르며 '보통 사람' 이미지를 부각했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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