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자작나무숲, ‘명품 국유림’으로 피어난 시간의 숲

  •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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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10 21:16  |  발행일 2025-07-10
영양군이 1993년 묘목을 심어 관리해 온 수비면 자작나무 숲이 최근 숨은 명소로 알려지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영양군 제공>

영양군이 1993년 묘목을 심어 관리해 온 수비면 자작나무 숲이 최근 숨은 명소로 알려지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영양군 제공>

경북 영양군 수비면 깊은 산골. 한때 사람의 발길조차 닿지 않던 이곳에, 지금은 사계절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명품 국유림' 자작나무숲이 펼쳐져 있다. 마치 시간이 만든 선물처럼, 이 숲은 영양군이 30여 년 전 미래를 내다보고 묘목을 심으며 시작됐다.


1993년, 영양군은 약 30㏊의 땅에 고작 30cm 남짓한 자작나무 묘목을 심었다. 특별한 간섭 없이 오직 자연의 품 안에서 천천히 자라온 나무들은 이제 사람 키를 훌쩍 넘은 숲이 되어, 하얗게 빛나는 줄기와 푸른 잎사귀로 장관을 이룬다.


군은 이 숲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고, 진입도로와 주차장을 정비하는 한편, 친환경 전기차를 도입해 접근성을 대폭 개선했다. 산책로는 경사가 완만해 노약자나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도 부담이 없다.


기자가 직접 찾아간 자작나무숲은, 입구에서부터 여행의 분위기를 달리한다. 친환경 전기차를 타고 맑은 계곡을 따라 굽이진 산길을 오르자, 깊은 숲의 향기와 바람이 먼저 반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에 펼쳐지는 자작나무숲. 하얗게 뻗은 나무 기둥 사이로 초록빛이 출렁이고, 숲을 가로지르는 바람에 새소리와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만이 고요히 흐른다.


도시민에게 자작나무 숲은 단비 같은 쉼터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찾았다는 김지윤(41) 씨는 "이게 진짜 힐링이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아무 소음도 없이 숲과 나만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온 박노식(65) 씨도 "그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원시림같다. 자연 속에서 자란 그 시간만큼이나 숲이 깊다"라고 밝혔다.


영양군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17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했다. 자작나무숲 일대를 대상으로 한 '자작누리 산촌명품화 사업'에 50억 원, 숲 인근 마을에 자연 친화적 체류형 공간을 조성하는 에코촌 조성 사업에 120억 원을 들인다.


오도창 군수는 "이 자작나무숲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석"이라며 "자작나무 권역을 중심으로 산림치유와 생태관광을 접목해 명품 휴양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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