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군이 1993년 묘목을 심어 관리해 온 수비면 자작나무 숲이 최근 숨은 명소로 알려지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영양군 제공>
하얀 수피가 겹겹이 쌓인 줄기 사이로 7월의 초록빛이 일렁인다.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외진 산골짜기를 오르면 마주하는 풍경이다. 1993년 당시 고작 30cm에 불과했던 어린 묘목들이 약 30ha의 산등성이를 가득 메운 채 서른두 해의 시간을 견뎌 명품 국유림으로 거듭났다.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하며 자연의 품에서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온 이 숲은 이제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거목들이 되어 장관을 이룬다.
과거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웠던 이곳은 최근 영양군의 인프라 정비를 기점으로 사계절 관광객이 찾는 휴양지로 체질을 개선했다. 군은 숲의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완만한 산책로를 조성하고, 매연 없는 친환경 전기차를 전면에 배치했다. 맑은 계곡물을 따라 굽이진 길을 오르는 전기차는 도시의 소음 대신 숲의 향기와 바람 소리를 방문객에게 먼저 건넨다.
현장에서 만난 김지윤(41·서울) 씨는 "도시의 소음에서 완전히 격리되어 숲과 나만 남겨진 듯한 고요함이 진정한 휴식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대구에서 이곳을 찾은 박노식(65) 씨 역시 "사람의 손때가 타지 않은 원시림 특유의 깊이가 느껴진다"며 숲의 생태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숲의 고요를 깨는 것은 이따금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람에 부딪히는 자작나무 잎사귀 소리가 전부다.
영양군은 이 숨겨진 산림 자원을 지역 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기 위해 총 170억 원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50억 원을 투입하는 '자작누리 산촌명품화 사업'을 통해 숲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한편, 120억 원 규모의 '에코촌 조성 사업'으로 인근 마을에 자연 친화적 체류형 공간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닌, 머무르며 치유하는 생태 관광 거점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죽파리 자작나무숲을 산림 치유와 생태 관광의 최고 명품 휴양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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