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내신 비중 커지는 와중
시험지 유출 등 숙지지 않아
학부모들 "수능 의존도높여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달 4일 오전 대구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답안지에 인적 사항을 적고 있다. 영남일보DB
대학입시에서 내신 위주 전형의 비중이 해마다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경북에서 학교시험의 공정성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건(인터넷영남일보 7월11일, 영남일보 7월14·15일자 1면 보도)이 발생하면서 정시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교육부가 학생부 중심 전형 확대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학교 현장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내신이 이 정도로 불신받으면 수능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195개 대학의 자료를 취합해 발표한 '2027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수시모집 비율은 80.3%로 3년 연속 상승했다. 수시 전형 중에서는 '학생부 위주' 비중이 절대적이다.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이 수시 모집의 85.8%를 차지했다. 반면 정시모집 비율은 19.7%로 전년보다 0.6%포인트 줄었다. 교육부는 학교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이유로 학생부 확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교 내 시험의 공정성 논란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출제 오류 △복수정답 △기출과 유사한 문제 출제 등으로 재시험이 급증하고 있는 것. 경북 한 일반계 고교 교사는 "교내 시험 출제 오류나 관리 미비가 입시 불이익으로 직결되니 재시험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학부모의 불안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경북 한 고교 1학년 학생은 "최근 중간고사에서 수학과 생명과학 문제 오류로 재시험을 봤다"며 "문제 하나에도 민감한데, 재시험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했다. 재시험으로 문제 난이도가 낮아지면 원래 문제를 맞춘 학생이 손해를 본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시험지 절취 및 유출, 관리 부실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경북 한 고교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수년간 시험지를 빼돌린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기도 분당 한 고교에서도 기간제 교사가 학원 강사와 공모해 1년간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로 송치됐다. 전북 한 중학교에서는 잘못 인쇄된 시험지가 쓰레기장에서 발견돼 시험이 연기되기도 했다.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에선 "수시 확대가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나" "내신은 결국 교사 재량과 인맥이 좌우한다"는 비판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시험지 유출 뉴스를 볼 때마다 정시 확대가 정답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시험지 유출과 오류가 반복된다면 학생과 학부모는 정시 확대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정시냐 수시냐의 논쟁을 넘어서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를 되살리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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