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들 고작 호텔에 부르려고 이 난리 피웠나

  • 장성재·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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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21 18:32  |  수정 2025-09-21 21:54  |  발행일 2025-09-21
준비위 “대규모 인사 수용 위해 호텔 연회장 선택” 밝혀
박물관 중정 신축 건물, 공정률 95%에도 불구 호텔 선택
지역사회 “경주 문화적 상징성 살리지 못해 아쉬움”
경주 IC에 들어서면 제일 처음 마주하는 신라인의 미소 얼굴무늬 수막새 조형물. 영남일보DB

경주 IC에 들어서면 제일 처음 마주하는 '신라인의 미소' 얼굴무늬 수막새 조형물. 영남일보DB

2025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식 만찬장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경주 라한호텔 대연회장으로 전격 변경돼 파문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중 정상의 드라마틱한 경주 만남이 유력해진 상황에서 천년고도의 멋과 역사성·상징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킬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는 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지역사회 중론이다. 만찬 장소를 전 정부에서 결정했다고는 하나 K-컬처를 국정과제로 삼은 이재명정부의 진정성에도 흠집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면에 관련기사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는 지난 19일 제9차 회의를 열고 국립경주박물관 중정 내 신축 건축물 대신 라한호텔에서 만찬을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당초 준비위는 지난 1월 국립경주박물관을 만찬장으로 확정하고 국비 8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2천㎡ 규모의 신축 건물을 건립해 왔다. 그러나 공사 지연과 시설 부족 문제가 잇따라 제기됐다. 지난 6월 국회 APEC특위 현장 점검에서는 낮은 공정률이 지적됐고 이달 4일 특위 전체회의에서도 화장실·조리실 등 기본 시설이 미비하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플랜B' 필요성이 논의됐다.


결국 지난 17일 공정률 95%가 보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이틀 만에 만찬장이 라한호텔로 변경된 것이다. 준비위는 "국내외 각계를 아우르는 폭넓은 인사가 참여할 예정이어서 보다 많은 인사를 초청할 수 있도록 호텔 대연회장에서 만찬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화적 상징성'을 앞세운 박물관 만찬 계획이 좌초됨에 따라 지역사회에서는 "경주의 품격을 낮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만찬장 변경에 따라 국립경주박물관 신축 건물은 APEC CEO 써밋과 연계한 기업인·정상 간 네트워킹 허브로 활용된다. 오는 10월27일부터 11월1일까지 열리는 APEC 주간에는 국내 전략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참여하는 퓨처테크 포럼 등 다수의 경제행사가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준비위 측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한국 경제의 재도약과 지역경제 활성화, 관광산업 진흥의 계기로 삼겠다며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 주간 개방해 대한민국 문화는 물론 천년고도 경주의 매력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비가 투입된 신축 건물이 정상 만찬장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임시 행사장으로 쓰인 뒤 철거될 가능성까지 제기돼 예산낭비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경북도는 박물관 신축 건물이 단순한 임시 건물이 아니라 정상회의 기간 주요 글로벌 경제행사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공식 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남을 수 있도록 활용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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