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인도' 주연 김민선

  • 입력 2008-10-31   |  발행일 2008-10-31 제41면   |  수정 2008-10-31
"파격 베드신 꼭 필요했다"
[윤용섭기자의 스타 인터뷰]
10년 기다린 작품…출연 안시켜주면 유학 가겠다…감독님 협박까지 했죠
영화

여자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사랑을 할 때다. 영화 '미인도' 속 신윤복은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가슴 설레고, 유혹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그림속에 남겨 놓는다. 동그랗고 자그마한 얼굴에 붉은 입술, 구름을 얹은 듯 탐스러운 가채와 한껏 부풀린 쪽빛치마까지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한 그런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미인도)을 말이다. 바로 김민선이 모든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천재화가 신윤복이 여자였다는 도발적 상상력에서 출발한 영화 '미인도'는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신윤복의 파격적인 그림 세계와 그의 은밀하고 매혹적인 사랑이야기를 그려간다. 그림 때문에 남장을 해야만 했지만, 사랑앞에서는 여자이고 싶었던 화가 신윤복과 그녀를 운명처럼 사랑하게 되는 남자 강무(김남길), 제자였던 신윤복을 탐하게 되는 김홍도(김영호),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질투에 사로잡히는 기녀 설화(추자현)까지 신윤복을 둘러싼 치명적인 사랑이 담겨진다.

지난 23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선은 '미인도'를 "10년을 기다려온 작품"이라고 말한다. 우연히 시나리오를 접하게 된 그는 극중 캐릭터에 너무나 감명을 받은 나머지 전윤수 감독의 집을 직접 찾아가 "신윤복 역할을 꼭 맡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 게다가 "나를 캐스팅하지 않으면 미국으로 유학을 가버리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까지 불사하면서. 이미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으로 기획됐고, 여배우 노출 수위가 여느 한국 영화보다 높다는 점도 알고 있었지만 김민선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이건 운명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를 통해서 신윤복이라는 인물을 밖으로 끄집어 내 관객들에게 많은 걸 보여줄 수 있겠다는 점이 그랬죠. 무엇보다 '여고괴담2' 이후 조금만 참으면 좋은 작품을 만날 거란 생각으로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미인도'를 놓치면 공황상태가 될 것 같더라고요."

사실 '미인도'는 만약 이것이 의도된 마케팅 전략이라면 주효했다고 할 만큼 배우들의 파격적인 노출이 인터넷 상을 뜨겁게 달궜다. 물론 그 화제의 중심에는 전라로 등장한 김민선이 자리한다. "기대하시는 만큼의 파격적인 노출과 베드신이 있어요. 윤복이가 여자로 태어나고 꽃봉오리가 터지는 걸 표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고 막연하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미인도'는 파격 그 이상의 매력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부담보다는 나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편안하고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죠." 그는 오히려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는데도 대중들의 관심을 못 받으면 괴로웠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김민선은 '미인도'가 "결국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따뜻한 사랑뿐 아니라 처연한 사랑, 매혹적인 사랑, 빠져나올 수 없는 치명적인 사랑, 엇갈리는 사랑까지 여러 모습이 모두 담긴 영화죠." 이는 공교롭게도 같은 소재와 설정으로 방영중인 드라마 '바람의 화원' 속 신윤복과도 비교된다. 하지만 흐트러뜨린 듯한 고혹적 자태와 은근하면서도 유혹적인 시선의 극중 김민선은 드라마에서 문근영이 보여 주고 있는 순백의 천진한 이미지와는 분명 차별화를 꾀한다. "사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문근영씨와의 비교예요. 하지만 재료가 같다고 해서 모든 음식이 똑같은 맛이 나는 건 아니잖아요. 두 작품도 소재만 같을 뿐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때문에 배우로서의 부담감은 없어요.”

이처럼 그의 답변이 자신감으로도 비쳐졌던 이유는 '미인도'에 기울인 노력이 유달리 컸다는 점이다. 그는 촬영 3개월 전부터 일주일에 3일씩, 하루 3시간 이상 그림수업과 승마 개인교습을 받았다. 한번은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가 관계자들에게 "신윤복 작품을 보게 해 달라"고 떼쓰듯 간청했고,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움으로 수장고에 있던 신윤복 그림 4점을 감상하는데 성공한 일화도 있다. 그럴때면 김민선은 거침없던 그의 작품속 모습들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개봉을 앞둔 지금 그는 행복하다. 모처럼 배우로서의 확실한 변신을 꾀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다행히 먼저 영화를 접한 주위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만약 여인 신윤복이 살아 있었다면 바로 김민선의 모습'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천재화가의 당당함과 여인 신윤복의 애잔함이라는 까다로운 연기주문을 무서운 집중력으로 완성해냈다는 평가다. 역시 '타고난 연기자'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음을 이번 작품으로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또 다시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 같아요. 성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비로소 내 옷을 입었고 사이즈도 알았기 때문에 다른 옷도 잘 고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점에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죠?(웃음)"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