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토론교육의 중요성

  • 입력 2012-05-30   |  발행일 2012-05-30 제29면   |  수정 2012-05-30
논리적이고 합당한 근거로 상대방에 의사 전달과 설득
일정한 형식과 규칙 있어…자제력과 예절 함양할 수도
[발언대] 토론교육의 중요성

고려 993년, 서희 장군은 세치 혀로 거란의 80만 대군을 설득하여 고구려의 옛 땅인 강동6주를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수복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천여년의 시간이 흐른 요즘은 정반대로 정치인이 설화(舌禍)로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퇴장하는 사례를 접하면서 씁쓸함을 금치 못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더 이상 사회적 지위와 상황에 걸맞지 않은 품위없는 언사(言辭)를 묵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당사자를 추락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의 지도자들은 첨예한 이슈가 대두될 때마다 상대방을 설득하기보다는 억압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특히 TV토론에서 일방적인 주장을 고집하는 선거 후보자들의 모습을 보면 토론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한다.

오늘날 의사소통 채널은 양적인 면에서 비약적으로 증가한 반면, 질적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초·중·고교 및 대학교의 교육과정만 보더라도 토론과 같은 말하기 교육은 등한시되어 왔다.

토론교육은 여러 장점을 지닌다. 먼저 시의적절하며 정확한 의사 전달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 토론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되 논리적이고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여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나아가 상대방의 반박에 대응하거나 상대방 논리의 허점을 파고드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이성적으로 사유하고 말하는 습관을 함양할 수 있다.

필자는 다년간 전국 규모 토론대회 심사위원의 경험을 바탕으로 표준어를 구사하며 호감을 주는 음성을 가진 토론자들이 상대적으로 우승할 확률이 높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커뮤니케이션 수준은 상대적으로 판단하기가 쉽기 때문에 전달력이 높은 토론자들이 유리하다.

토론에는 준수해야 하는 일정한 형식과 규칙이 있기 때문에 요즘 아이에게 다소 부족한 자제력과 예의도 함께 기를 수 있다. 토론장의 열기는 여러 차례 의견이 오고감에 따라 한껏 고조된다. 이때 자신의 순서가 아니거나 상대의 발언 도중임에도 끼어들거나 자신의 팀원이 제대로 발언하지 못하는 경우 답답한 마음에 대신 발언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토론이 거듭됨에 따라 감정을 조절하여 상대의 발언을 경청하며, 자신의 팀원이 미덥지 못해도 팀원에게 맡겨야 한다는 사실을 체득하게 된다.

토론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토론 관계자에 대한 교육과 양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토론대회를 접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토론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 심사위원 개인의 취향에 따른 평가 방식 등으로 인해 평가가 제멋대로 이루어지는 사례를 수차례 보아왔다.

예를 들면 아카데미식 토론대회에서 상대방이 거론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 미리 준비한 내용이 적힌 원고를 읽어 내려가거나, 팀워크가 중요한 토론대회에서 한 사람만 주도하고 다른 팀원들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상하는 경우도 있었다. 불공정한 심사는 그나마 토론의 맥을 이어가던 토론대회조차도 위태롭게 하는 원인이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우리나라를 ‘고맥락 문화(high context culture)’로 분류했다. 그런 문화는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 돌려 말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따라서 우리는 명확한 의사 표현을 하는 습관을 정립하지 못했다.

앞으로 보다 생산적인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말하기나 토론교육의 대중화를 모색해야 한다. 토론이 토론대회에 참가하는 소수 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교육 현장의 일선에서 보편적으로 시행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여러분 자녀는 모두 훌륭한 토론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송석화<스피치온 대표 강사·경북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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