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5명이 조합설립 10년만에 연매출 50억 ‘포항소비자생활협동조합’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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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1-11   |  발행일 2013-01-11 제2면   |  수정 2013-01-11
조합원 모두가 주인이자 직원, 손님…1200여가지 다양한 품목 ‘가격 안정화’
조합원 가격안정기금 적립…농산물 급등해도 생산자 출하가격 보전
채소·축산물·가공식품 싼값에 판매 …지역민에 보답, 환원사업도 시작
주부 5명이 조합설립 10년만에 연매출 50억 ‘포항소비자생활협동조합’
같은 동네에 사는 포항생협 조합원들이 9일 포항시 두호동 자연드림 커피숍 안 사랑방에서 조합 운영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형마트와 자본 대결을 벌일 처지는 안되지만,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주인이자 직원이고 손님입니다. 가입 희망자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주인의식을 갖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자유화’가 시행되면서 이제는 다섯 사람 이상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협동조합 설립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9일 현재 3곳이 경북도에 신고를 마쳤다. 정부는 2017년까지 1만개의 조합과 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협동조합을 고용창출의 창고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도 이익을 내야 존립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없는 조합설립은 부실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2002년 주부 5명이 시작해 10년 만에 조합원 2천300명, 매출 50억원 규모의 탄탄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난 포항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포항생협)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포항생협 이선경 이사장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주식회사와는 다른 ‘주인의식’에서 찾고 있었다. 채소와 가공식품, 축산물 등 1천200여 가지의 품목을 구비한 포항생협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과 손님은 모두 조합원이다. 조합원이 아니면 억만금을 줘도 팔지 않는다.

가게 하나로 포항생협이 연 매출 50억원을 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일단 가격 경쟁력이다. 실제 포항생협 두호동 매장에서 2천200원(400g)인 국산콩 두부는 국내 최대 할인점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3천750원(420g)에 팔리고 있다. 10개들이 2천900원인 유정란 역시 3천800원에 팔린다.

채소류는 시기에 따라 차이가 더 난다는 게 생협 측의 설명이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소금값이 10㎏에 2만원까지 폭등할 때 조합원들이 예전 가격인 1만1천원에 구입할 수 있었던 것도 가격안정기금 덕분이었다. 조합원이 내는 월 조합비에서 일정 비율을 가격안정기금으로 적립, 태풍 등의 피해로 농산물값이 급등할 때도 생산자의 출하가격을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가격안정기금은 생산자 이탈을 막는 역할도 한다. 지난해 태풍 볼라벤 때는 채소 값이 급등하면서 상추 4㎏ 1상자 도매가가 9만원대까지 치솟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가격안정기금 덕에 포항생협을 등지는 생산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포항생협의 최종 목표는 지역사회 환원이다. 이 이사장은 “지역아동센터 10곳에 간식을 대는 것으로 환원사업을 시작했다”며 “지난해 말 두호점과 공정무역 커피숍을 열어 수익을 재투자하는 단계여서 본격적인 환원사업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지만 일정 규모를 갖춘 뒤에는 꼭 지역 주민에게 보답할 길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매장 직원 모두가 소풍갈 때는 일반 조합원들이 매장에 나와 대신 일하는 것도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올해는 협동조합의 힘으로 통신요금 거품 제거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 포항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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