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3·8만세운동, 3·30만세운동, 4·26만세운동을 아십니까?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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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3-01   |  발행일 2013-03-01 제33면   |  수정 201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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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기독교계와 대구한백청년회 등에서는 매년 3월1일 3·1운동 재연행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문화행사는 대구 첫 만세운동일인 3월8일, 대구만세운동길을 따라 추진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있다. <영남일보DB>

오늘은 3·1절. 대구·경북에선 언제 만세운동이 일어났을까. 우리 지역에서 만세운동이 처음 일어난 날짜는 정확하게 1919년 3월8일 대구 큰장(옛 서문시장)에서다. 이후 요원의 불길처럼 경북전역에 번졌고, 5월7일 청도에서 마감됐다. 이 중 규모가 크고 치열하게 전개된 만세운동은 의성·안동·영덕·예안·성주 등지다. 특히 영덕과 안동에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조선헌병대사령부 발표에 따르면 이 기간 대구·경북에선 만세운동으로 26명이 사망했고, 69명이 부상당했다. 하지만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사’에는 사망 1천206명, 부상자 3천276명으로 나타나 일제가 피해자 수를 의도적으로 축소했음을 알 수 있다.

3·1운동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천안 아우내장터에서의 만세운동이 4월1일인데 비하면 대구에선 일찍 시작됐고 또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됐다고 할 수 있다.

대구에서는(달성포함) 3월8·10·30일, 4월15·26·28일 등 총 6회에 걸쳐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이 중 8일과 10일 의거는 기독교계와 학생이 중심이 됐고, 30일은 불교, 4월26·28일은 청년유림과 농민이 중심이 됐다.

대구의 독립만세운동은 3월8·10일, 각각 서문시장과 남문시장에서 벌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3월30일 팔공산 동화사 지방학림(學林) 소속 학생이 주동했던 만세운동과 4월26·28일 동구 미대동 인천채씨 문중이 펼쳤던 만세운동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대구경북 3·1만세운동

지속적이고 치열한 양상

3월8일 서문시장부터

5월7일 청도까지 두달간

사망1206·부상3276명


대구 첫 만세운동일인

3월8일을 기념일로 정해

통합 문화행사 개최를

3·8행진길 새로 지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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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옛 동산파출소 앞 광장에 설치된 대구 3.1운동발원지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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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3.1운동 집결지였던 계명대 동산의료원 내 선교사 주택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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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고 내에 있는 신명 3.1운동기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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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성학교 아담스관 앞에 있는 3.1운동기념탑.


대구의 3월8·10일 의거를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자세히 연구한 학자는 기독역사가 이재원씨다. 그는 일제강점기 대구의 3처교회(현 제일·남산·서문교회)중심의 만세운동을 소개했다. 특히 1930년대 대구기독교계 지도자의 친일행적을 고발한 논문을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대구 기독교계는 3·8만세운동 주동의 자랑스러운 역사 뒤에 일제강점기 후반 친일행적의 어두운 그림자가 덧씌워져 있다.

3·8대구만세운동 연구를 체계화하고, 동산의료원 내 3·1운동기념관을 설립하는 등 기독교계의 독립만세운동을 실천적으로 고양시킨 사람은 전재규 대신대 총장이다. 전 총장은 3·8대구만세운동 길을 고증하고 만세운동 관련 도서를 출간하는 한편, 2003년부터 10년째 매년 3·1운동 재연행사를 펼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3·1절 행사와 관련, 기념식은 1일에 할지라도 문화행사는 지역의 만세운동 날짜에 맞춰 진행하는 게 맞다는 견해가 있다. 이미 영덕에선 수년째 3월18일에 만세운동 재연행사를 하고 있고, 중국의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조차 3월13일에 3·1절 행사를 하고 있다.

정만진 위클리포유 대구지오(GEO) 자문위원은 “만세운동이 기독교만의 독립운동이 아니고 전 민중이 참여했던 민족독립운동이었던 만큼 대구의 첫 만세운동일인 3월8일을 기념해 기독교·천도교·불교·유림이 함께하는 문화행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 대구의 3·1운동길은 동산의료원 내 짧은 길(300여m)인데 실제 군중이 모여 행진했던 길(옛 서문시장~대구백화점 앞)은 거리명조차 없다”면서 “‘3·8대구만세운동로’를 새롭게 지정하자”고 했다.

이윤갑 계명대 교수(사학과)는 “대구시와 중구청이 치욕스러운 순종황제 어가길을 복원하기 앞서 3·8대구만세운동길부터 먼저 지정함이 옳다”고 말했다.

이번 호 위클리포유에서는 대구의 기독교가 중심이 된 3·8독립만세운동과 불교가 중심이 된 3·30독립만세운동, 청년유림이 중심이 된 4·26독립만세운동을 새롭게 조명하는 한편 평생 일제에 훼절하지 않고 꿋꿋이 지조를 지킨 김태련·김용해 부자의 삶을 살펴보았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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