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가정 잃고도 끊지 못한 소매치기

  • 최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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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4-10   |  발행일 2013-04-10 제6면   |  수정 2013-04-10
돈맛보다 손맛 못 잊어…

어릴 때부터 상습소매치기로 감옥을 들락날락하던 박모씨(여·47). 그녀도 한때는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해 아들을 낳고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박씨에게 소매치기를 성공했을 때의 짜릿한 손맛은 너무나 큰 유혹이었다.

그녀는 결혼 후에도 손맛을 잊지 못해 소매치기행각을 벌였고, 다시 감옥을 오갔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박씨의 개과천선을 바라며 옥바라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도 출소 후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도벽을 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박씨는 끝내 도벽을 끊지 못했고, 2009년 결국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마저 떠나보냈다.

대구에 홀로 남은 박씨는 외로울수록 소매치기에 더욱 탐닉했다. 전통시장과 지하상가 등 인파로 북적이는 곳을 주로 범행 장소로 삼았다. 그녀는 물건을 구매하느라 잠시 한 눈을 판 손님의 가방 속에서 지갑을 빼내는 수법을 사용했다.

지난달 30일에도 중구 서문시장 2지구에서 현금 20만원이 든 지갑을 훔쳤다. 피해자는 곧바로 서문시장 상가번영회 사무실에 신고했고, 직원은 CCTV 화면을 검색해 그녀의 외모를 확인했다.

2시간쯤 후 박씨는 서문시장 내 한 은행에서 업무를 보다 상가번영회 사무실 직원과 마주쳤다. 박씨를 한눈에 알아본 이 직원이 경찰에 신고를 했으며, 결국 덜미를 잡혔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9일 상습절도 혐의로 박씨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습관적으로 이어진 범죄로 가정을 잃고 자신의 인생까지 잃게 된 사건”이라며 “박씨는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훔치는데 희열을 느껴 절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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