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적과의 동침’ 장기적으론 바람직하지 않다”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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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8-03  |  수정 2013-08-03 09:22  |  발행일 2013-08-03 제2면
■ 백운배 대구미래대 교수
20130803

“브랜드파워를 갖춘 기업으로 성장해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으려면 눈앞의 이익을 위해 ‘적과의 동침’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백운배 교수(대구미래대 서비스 경영학과)는 최근 강하게 부는 기업간 ‘적과의 동침’에 대해 일침을 놨다. 실리만 추구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기업이 제대로 된 브랜드파워를 가지기 위해서는 법적·도덕적·정서적 정당성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법적 정당성은 법이 정한 것을 지키는 것이고, 도덕적 정당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 정서적 정당성은 고객의 마음마저 얻어내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는 글로벌 브랜드로 평가받는 삼성도 법적 정당성만 갖춘 상태라고 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의 기업으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존경까지 받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이라면 자신만의 색을 갖춰야 합니다. 또 1만원짜리 상품 하나를 구매해도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오픈마켓에 들어가 단순히 제품만 팔아 수익을 올리겠다고 해서는 곤란합니다. 당장은 힘들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정체성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죠.”

그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품격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꿈의 사회’로 불리는 미래 사회에서 기술력은 평준화돼 누가 더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내느냐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이 결정되는 만큼 품격을 갖춘 기업만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과거 가격에 그쳤던 제품 판단 기준은 품질, 그것은 또다시 생산이력제로 세분됐습니다. 앞으로는 여기에 특별한 이야기, 즉 기업의 정체성을 담아내야 하는 시대가 옵니다. 품질이 다 비슷해진 만큼 소비자들이 기업의 문화와 품격을 보고 제품을 찾게 되는 것이죠. 기업의 문화와 품격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쟁력이 된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대기업들이 현재 벌이는 ‘적과의 동침’은 기업의 문화와 품격을 만드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는 주장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살아남기’ 위함이라는 측면이 강하지만 대기업의 경우 ‘빈틈 없이 다 벌어들이겠다’는 경향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백 교수는 “기업이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조금 힘들더라도 이를 지켜나가며 문화와 품격을 만든다면 어렵고 힘들 때 소비자가 지탱해줘 장수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면서 “대기업은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를 생각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노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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