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경북대병원 박재찬 신경외과 교수 |
심장에서 뻗어나와 목을 타고 머리로 올라와 뇌에 신선한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은 뇌의 바닥에서 굵은 가지를 치며 나뉜다. 이때 혈관의 이음새가 약한 부위여서 평생 압력을 가진 혈액이 이 이음새를 지나 순환하게 됨으로써 약한 부위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가 생기게 된다.
경북대병원 박재찬 신경외과 교수는 “뇌동맥류의 가장 큰 문제는 갑작스러운 파열로 인한 엄청난 뇌출혈”이라고 강조했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심장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높은 압력의 혈액이 머리 안, 특히 뇌의 바닥에서 쏟아져 나와 뇌압이 상승하고 뇌손상이 야기된다. 이로 인해 1/3 이상의 환자가 그 자리에서 혹은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하게 된다. 생존하는 이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장애를 안고 살게 된다.
뇌혈관 나뉘는 부분
압력으로 풍선처럼 부풀어
정밀 뇌혈관 촬영 필요
표면이 울퉁불퉁할 때는
반드시 치료해야
![]() |
이렇게 치명적인 뇌동맥류가 사전에 진단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동맥류와 관계 없는 만성적인 두통이나 어지러움과 같은 증상으로 인해 혹은 건강검진을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하면서 뇌혈관을 보는 뇌 자기공명 혈관조영술(MRA)을 함께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뇌동맥류가 내 머릿속에 발견된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다. 미리 말해두자면 약물 치료는 없다.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도 없다. 이때에는 정밀한 뇌혈관 촬영이 필요하다. 다리 동맥을 통해 ‘카테터’라고 불리는 가는 관을 목의 경동맥까지 집어넣은 다음 조영제를 주사하는 혈관조영술이나 혹은 최소한 팔에 조영제 주사를 맞으며 촬영하는 CT 혈관 촬영을 시행한다.
이로써 어느 위치에 있으며 표면에 울퉁불퉁한 모양은 없는지, 그리고 가까이에서 분지하는 혈관과는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등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게 된다. MRA에서 뇌동맥류라고 판단된 경우에도 이렇게 정밀 검사를 통해 뇌동맥류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혈관이 팽배해 있는 경우로 판정되어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조영제를 투여해 뇌혈관을 촬영하는 사진들은 현재로서는 가장 정밀한 촬영 기법이지만,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뇌혈관 자체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혈액이 차서 흘러가는 혈관 안으로 조영제를 주입한 후 엑스레이를 쏘아 사진을 찍은 것으로 마치 감나무의 그림자를 보는 상황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처음부터 동맥류의 파열 위험성을 정밀 예측할 수 있는 혈관의 벽 두께, 뇌동맥류의 벽 두께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혈관조영술에서 보이는 뇌동맥류의 특징을 통해 파열 위험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뿐이다. 나무에 달린 감의 그림자를 보고 떨어질 때가 임박한 것인지, 단단하게 달린 떫은 감인지 추측하는 상황과 같다.
과거 뇌동맥류는 머릿속의 시한폭탄으로 비유되어, 모든 뇌동맥류를 치료 대상으로 여겼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이러한 기조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161개의 병원이 참여해 4천여명의 비파열 뇌동맥류 환자를 관찰, 치료한 결과 대부분의 작은 동맥류는 터지지 않고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위험성에 따라 치료
현재 여러 뇌동맥류 치료 지침에서는 혈관조영술을 분석해 뇌동맥류의 파열 위험성이 높은 경우 치료를 권한다.
첫째는 뇌동맥류의 직경이 4㎜ 이상, 4㎜ 미만의 경우라도 뇌동맥류의 표면이 울퉁불퉁한 모습을 보이거나, 작은 크기에도 잘 터지는 전교통동맥에 생긴 경우 치료를 해야 한다.
박 교수는 “발견된 뇌동맥류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리에 있는 동맥을 통해 가는 관(카테터)을 뇌동맥류 안까지 밀어 넣고 코일을 집어 넣어 동맥류를 채우는 코일 색전술을 시행한다.
또는 머리뼈를 여는 개두수술을 통해 뇌동맥류의 경부(정상 혈관 부위와 맞닿아 있는 뇌동맥류 부위)에 티타늄으로 제작된 동맥류 클립을 물려 동맥류를 차단하는 클리핑을 시행하게 된다.
최근에는 개두수술의 방법도 여러 가지 저침습적인 기술들이 발전하고 있다. 눈썹의 위쪽 가장자리를 따라 3.5㎝의 절개선이면 2㎝ 직경의 개두수술이 가능하고 이러한 작은 통로를 통해 뇌동맥류 수술이 가능하다.
입구가 좁은 투명한 병 속에 돛을 활짝 편 범선을 집어 넣는 것과 같이 까다롭고,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다행히 경북대병원 신경외과는 눈썹절개를 이용한 최소 침습수술에 있어서 기술의 완성도, 연간 수술 증례 수, 연구 논문의 발표에 있어서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복강 내의 여러 가지 수술이 저침습성의 수술들로 발전되고 있다. 박 교수는 “복강경을 이용하는 수술이나 다빈치 수술 로봇을 이용하는 수술이 있다. 그러나 뇌수술은 아직 로봇수술이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복강 내의 수술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수술 장비와 로봇 기술이 지금보다 발전하게 될 미래에는 수술 로봇을 이용해 보다 정밀하고 비침습적으로 수술할 수 있으리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임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