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에 스펙費에 생활費에… ‘빚더미 靑春’의 비애

  • 이은경 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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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06   |  발행일 2015-01-06 제3면   |  수정 2015-01-06
[아름다운 동행] 대학생 ‘有錢취업 無錢실업’

비싼 등록금, 늘어나는 취업 사교육비, 기약없는 취업 준비. 2015년 대한민국 청년 세대가 마주한 암울한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와 함께 ‘불평등 속의 청년의 삶, 변화는 가능한가’란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는 영남대 사회복지동아리 ‘스위치’ 회원 심재영, 변상훈, 김용우씨(이상 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 2년)로부터 가난한 청년 세대의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등록금에 스펙費에 생활費에… ‘빚더미 靑春’의 비애

“학자금 대출 3000만원… 졸업 前 난 이미 채무자”
원금 상환 짐 안은 심재영씨

심재영씨는 지금까지 3천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그나마 공무원인 아버지 덕분에 이자 걱정은 않지만, 취직을 하는 순간 심씨는 마이너스 3천만원에서 시작을 해야 하는 셈이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장기저리로 융자해주고 있는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7월말 현재 학자금 대출 잔액이 남아 있는 대학생은 90만1천869명. 이 가운데 학자금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한 연체자가 7만86명, 연체금액은 3천423억원에 달했다. 연체자는 2009년 5만3천여명에서 지난해 7월 7만여명으로 35%가량 늘었다. 2010년부터 시작한 취업 후 학자금을 상환하는 든든학자금 대출의 원리금 상환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연체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심씨가 원하는 코이카나 굿네이버스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어도 배워야 하고 해외봉사 경험도 쌓아야 하지만, 이런 스펙도 결국 ‘돈’이다.

“야간에 잠도 못자고 12시간을 꼬박 일해서 한달에 90만원 벌었다”는 심씨는 3학년을 마친 뒤 1년 정도 휴학을 하고 취업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돈을 벌어 스펙도 쌓고 해외봉사활동도 다녀올 계획이다. 졸업 하고 취업을 하기까진 빨라야 서른. 학자금 대출을 갚고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아이를 낳고, 이런 먼 장래의 꿈을 꾸기엔 당장 코앞의 현실이 심씨에겐 너무 힘들다.


등록금에 스펙費에 생활費에… ‘빚더미 靑春’의 비애

“주말에 12시간씩 일해도 학원비 충당 힘듭니다”
독학으로 공부중인 변상훈씨


변상훈씨의 집은 달성군 다사읍이다. 경산에 있는 학교까지 지하철로 통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 3시간. 시간도 아깝고 힘도 들어 학교 가까운 곳에 원룸을 얻어 살고 싶지만 엄두도 못낸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만 30만~40만원을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용돈은 교통비를 포함해 한달에 12만원 정도. 주말이면 하루 12시간씩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뛴다. 시급 6천원, 한달 꼬박 해봐야 40만~50만원이지만 변씨는 이 돈을 꼬박꼬박 모으고 있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모은 돈은 200만원 정도. 당장 3학년이 되는 올해부터 시작해야 하는 취업 준비를 위해서다.

코이카나 세계화재단에 취업을 하고 싶다는 변씨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다. 학원비 부담이 만만찮아서 수업은 인터넷 강의로 대신하고 있다. ODA자격증도 필요하고 해외봉사활동이나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싶은데 마음뿐이다. 남들 다 있는 스펙이 없어 혹시 취업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불안하지만, 역시 돈이 문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02년 청년들이 꼽았던 ‘취업 5대스펙(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은 2012년 조사결과 봉사, 인턴, 수상경력이 추가돼 ‘8대스펙’으로 늘어났다.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을 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노동시장 진입은 점점 더 늦춰지는 추세다.


등록금에 스펙費에 생활費에… ‘빚더미 靑春’의 비애

“생활비 부족하고 방값은 비싸고… 휴학도 생각”
자취 비용 부담 큰 김용우씨

집이 포항인 김용우씨는 학교가 있는 경산의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10개월 사글세만 250만원. 식비와 용돈 등 한달 생활비는 40만~50만원 정도. 방학엔 편의점과 슈퍼에서 배달을 하면서 돈을 모은다. 방학 내내 일해 모은 100여만원은 부족한 생활비로 쓴다. 학자금과 생활비를 위해 대출 받은 돈은 900만원. 매달 이자만 갚고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원금 상환이 돌아와 걱정이 더욱 크다.

취업을 위해 공무원 시험 준비도 해봤다는 김씨는 “책값만 30만~40만원에 인터넷 강의 비용 100만원까지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니었다”면서 “학원비는 종합반이 700만원 단과반은 과목당 40만~50만원으로 엄두도 못낼 형편이었다”고 말했다.

“4학년 1학기쯤 휴학을 한 뒤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김씨는 “타지에서 온 학생들의 경우 주거 비용 부담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했다.

실제로 청년 주거 협동조합인 ‘민달팽이 유니온’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서울시내 고시원의 3.3㎡당 월세 평균 가격은 약 15만2천원. 이는 고급 아파트의 상징인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2차)의 평당 임대료 약 11만8천원보다 비싸다. 원룸 임대료 또한 3.3㎡당 10만8천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서울로 간 대부분의 대구·경북지역 출신 대학생들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사진=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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