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스토리] 데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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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27   |  발행일 2015-02-27 제40면   |  수정 2015-02-27
배우 파라 포셋의 플레어 진, 디스코 열풍에도 단단히 한 몫

바야흐로 봄의 기운이 조금씩 느껴지는 요즈음, 이젠 봄을 대비하여 옷장을 한번 정리할 때가 왔다. 2015 S/S 디자이너들이 내놓은 트렌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데님이다. 사실 너무나 익숙한 아이템이라 ‘유행 아이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어색할 정도다.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입는 데일리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데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데님을 유행시킨 당대의 아이콘이 존재하기에 이토록 친숙한 아이템으로 자리잡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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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파라 포셋

1990년대 미녀의 아이콘, 브룩 쉴즈가 몸에 피트된 캘빈클라인 청바지를 입고 수많은 남성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이전, 미국의 여성과 남성을 모조리 사로잡은 데님의 아이콘은 바로 파라 포셋이었다.

1970년대 영화 ‘미녀 삼총사’의 파라 포셋은 당대 ‘캘리포니아 금발’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70년대 최고의 패셔니스타이기도 한 파라 포셋은 전 세계 플레어 진 (일명 나팔바지)을 유행시킨 주인공이기도 했다.

‘미녀 삼총사 청바지’라고도 불렸던 플레어 진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통이 넓어지는 청바지로 70년대 후반 전 세계를 강타한 디스코 열풍에도 단단히 한 몫을 했는데 다리를 살살 흔드는 제스처에 플레어 진이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렸던 것이다. 플랫폼 힐과 플레어 진. 왠지 그 시절 그 얼굴을 떠오르게 하는 시대적 산물이라고 여겨 한동안 트렌드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듯 하지만 데님의 재열풍이 일어나는 올 봄여름 파라 포셋을 연상시키는 수많은 여성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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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벌리힐스의 아이들

‘베벌리힐스의 아이들’은 1990년대 한국의 청소년들에게는 패션 바이블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90년대 초중반 한국 영화는 아직 르네상스가 오기 전이었고, 한국 트렌디 드라마는 패션과 스타일에 있어서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대신 ‘베벌리힐스의 아이들’이 있었다.

미국 폭스에서 제작한 이 청춘 드라마는 시청을 하는 한국의 청소년에게는 꿈과 환상을 심어주는 패션의 디즈니월드 같은 존재였다. 부유한 베벌리힐스의 학생들은 브랜드 청바지를 입고 클럽에 가고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기는 등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자유와 부의 상징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여자 주인공인 섀넌 도허티는 허리까지 올라오는 하이 웨이스트 진과 워커를 매치한 스타일을 유행시키며 드라마에 출연했던 다른 배우들과 함께 당시 브라운관에 자주 입고 나왔던 청바지 브랜드인 캘빈 클라인과 게스 청바지의 폭발적인 유행에 불을 붙였다. 당시 디자이너 데님은 모두 하이웨이스트였으며 이 또한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최근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되어 다시 유행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 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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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교복의 자율화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학생에게 교복같은 존재가 있었다. 스노진, 일명 ‘돌청바지’는 마구 물을 뺀 것 같거나, 돌맹이처럼 울퉁불퉁하게 물이 빠져 보였다.

스노 진을 한국에 전파한 주인공은 80년대 패션 아이콘인 마돈나, 신디 로퍼 등이다. 그러나 진지한 남자들까지 스노우 진을 입기 시작한 것은 영화 ‘아웃사이더’의 영향도 꽤 컸다.

80년대 갓 떠오르던 미래의 스타가 대거 출연한 이 영화는 패트릭 스웨이지, 톰 크루즈, 랄프 마치오 등 당대를 대표하는 꽃미남 배우가 모조리 한 영화에 등장해 당시 소녀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스노 진을 입는 것뿐만 아니라 스노 데님 재킷까지 맞춰 입는 청-청 패션 또한 선보였다. 이 스타일은 최근 발망 등 다수의 디자이너가 그들의 런웨이에서 선보이며 히트를 예감했으나 현실적으로 데일리 스타일링으로는 조금 무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비록 뉴욕의 힙스터 무리에서나 볼 수 있는 청-청 패션, 2015 S/S에서 불어오는 데님의 열풍과 함께 디자이너들은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미는 듯 보인다.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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