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는 오르는데 지갑은 점점 얇아진다"
영남일보는 지난 10일 대구 반월당 지하상가와 서문시장, 대구역 대경선 승강장 등 일원에서 대구시민 204명을 대상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계획과 '생활비 부담 실태' 현장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참여한 대구시민 다수는 '민생회복 소비 쿠폰'이 지급된다면 외식·식료품 등 식사 관련 지출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생활비 부담 1순위도 단연 '식비'였다. 설문은 유튜브 '영남일보TV'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진행했다.

지난 10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대구 서문시장 일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계획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는 모습.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쿠폰 받으면 외식하거나 장 보겠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받으면 주로 어떤 용도로 사용할 계획인지'를 먼저 물었다. 외식·여가 등 소비(32.8%·67명)와 '식료품 구매'(33.4%·66명)가 나란히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식사 관련 지출이 가장 높았던 셈이다.
이어 병원비·약값 등 의료비 20.6%(42명), 기타 10.8%(22명), 교육비 3.4%(7명) 등 순이었다. 기타 응답 대다수는 소비쿠폰 지급을 반대하는 의견이었다.
장봉석(66)씨는 "일정상 매 끼니를 사먹어야 해서 식사 비용이 크다"며 "외식 비용과 커피·달걀과 같은 식료품 위주로 사용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김경화(여·85)·장시현(여·59) 모녀도 식료품 및 외식비로 지출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온 가족 식사 만들어주기 위해 식료품 사는 데 쓰겠다"고 했다. 장씨는 "외식비가 비싼 편이라 개인적으로 지출하려면 부담이 되는데 (정부에서) 지원해주니 마음 놓고 외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채원(여·22)씨는 "아직 학생이기도 하고, 자취도 하고 있어서 보통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간단하게 요리를 해 먹는데, 외식 비용도 비싸고 달걀이나 식용유 값도 비싸서 기본적인 식료품을 갖춰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모(80대)씨도 "먹고싶은 건 많은데 외식하면 돈이 한번에 사라진다"라며 "식료품 구매에 사용하면 그래도 좀 저렴하게 사서 해먹을 수 있다"고 했다.
지경국(60)씨는 "소고기 사먹어야지"리며 "큰돈도 아니고 외식 한번 하면 끝나는 돈"이라고 덧붙였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의료비 지출을 우선순위로 꼽는 경향을 보였다. 기무웅(79)씨는 "나이가 있으니까 정기 검진도 다녀야 하고, 임플란트 치료도 해야 해서 의료비나 약값으로 다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 70대 여성은 "나이가 드니까 어디든 잘 고장나고, 샤워하다가 넘어지기도 해서 의료비에 많이 사용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젊은 세대는 여가비나 교육비에 대한 수요가 컸다. 이승훈(29)씨는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여행 경비로 사용할 예정"이라며 "아마 숙소비나 교통비로 보탤 것 같다"고 했다. 김모(25)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라 교육비로 사용할 것 같다"며 "인강 들으며 사용할 교재를 구매하는 데 아마 다 쓰지 않을까 싶다. 책값이 은근히 비싸다"고 했다.
진모(여·30대)씨는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데 주변에 보면 영어·수학·태권도 학원은 필수적으로 많이 보낸다"라며 "우리 애들 학원비에 좀 보태 쓰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유튜브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11일 오후 5시 기준(117명 참여) 67%가 '식료품 구매'를 택했다. 이어 외식·여가 등 소비(21%), 병원비·약값 등 의료비(8%), 교육비(5%) 등이었다. 한 네티즌은 "주변에 물어보니 다 소고기 사먹는다고 한다"며 "이왕 받는 거 다들 더운날 살림에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10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대구 반월당 지하상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계획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는 모습. 방정원 인턴
◆생활비 중 식비가 가장 '압도적' 부담
'최근 가장 부담을 느끼는 생활비 항목'을 묻는 설문엔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9%(100명)가 식비를 선택했다. 뒤를 이어 의료비 22.5%(46명), 주거비 13.7%(28명), 기타 6.4%(13명), 교통비 4.4%(9명), 교육비 3.9%(8명) 순으로 나타났다.
기무웅씨는 "식비가 정말 가파르게 올랐다"며 "지난주 오리고기를 먹으러 다녀왔는데, 한 상 차림에 5만4천원이 훌쩍 넘길래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모(25)씨는 "사람이 하루 세끼는 먹는데, 끼니를 해결하려면 요즘은 1만원으로도 한끼를 사먹지 못한다"고 했다. 김모(30대)씨는 "건강과 직결된 거라 마냥 저렴하게만 먹을 수도 없는데, 비용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서 무섭다"고 했다.
의료비를 선택한 구모(여·60대)씨는 "병원을 자주 가는데 의료비로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며 "공짜 돈 주니까 좋네"라며 웃었다.
주거비를 고른 이모(여·40대)씨는 "아직 전세집에 살고 있는데 주거비가 제일 많이 든다"라며 "나중에 아파트로 이사가면 그 대출금 이자에 원금까지 어느 세월에 다 갚을까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교통비를 선택한 이모(여·20대)씨는 "요즘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야구를 보러 종종 다른 지역으로 가는데 그럴 때 드는 교통비가 만만치 않다"고 이유를 전했다. 박모(여·50대)씨는 "아이들이 예체능 진로를 선택했는데, 돈이 꽤 많이 든다"리며 "부모 마음에 하나라도 더 좋은 걸 해주고 싶다"며 교육비를 꼽았다.
'딱히 부담되는 것이 없다' 또는 '전부 다 부담된다' 등 이유로 '기타'를 선택한 이도 있었다.
유튜브 커뮤니티 설문에서도 11일 오후 5시 기준(255명 참여) 식비가 70%로 압도적이었다. 의료비(17%), 교육비(12%), 교통비(1%) 등이 뒤를 이었다. 네티즌들은 "하루 두 끼는 먹어야 되는데 당연히 식비지", "숨 쉬기만 해도 100만원이 나간다" 등 반응을 보였다.

영남일보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계획' 등 설문조사 결과판. 서문시장 조사 결과(왼쪽), 반월당 지하상가 및 대경선 조사 결과(오른쪽)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소비쿠폰 찬반은 여전
소비쿠폰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이모(88)씨는 "신청 안 할 예정"이라며 "이런 현금 살포식 정책은 우리나라 빚만 늘리는 꼴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규제나 탈세 규제 같은 실질적인 정책을 하지, 왜 이런 식의 정책을 펼치는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모(여·75)씨는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줘야지, 나중에 다 젊은 세대 빚이 된다"고 했고, 최경희(여·75)씨는 "주먹구구식 정책으로 주는 푼돈은 필요 없다. 이건 돈으로 민심을 산 것 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반면, 장봉석씨는 "경기가 어려운데 25만원 정도는 적절한 금액이라고 생각된다. 소비 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신청 방법이 너무 어려워 디지털 기기가 익숙지 않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한 20대 남성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활력이 돌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장시현씨는 "우리는 자유롭게 돈 쓸 수 있어 좋고, 돈은 순환되니까 장사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이채원씨도 "지금 당장은 학생이라서 이런 지원이 반갑다"고 했다.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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