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韓·中·日의 지붕

  • 김은경
  • |
  • 입력 2015-05-30   |  발행일 2015-05-30 제16면   |  수정 2015-05-30
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
20150530
유럽의 건축이 벽체의 파사드에 초점을 둔 반면 한국·중국·일본 동아시아 삼국은 지붕곡선에 남다른 의미를 두었다. 한국의 지붕은 자연과 조화를 중요시했으나 터가 좁은 살림집으로 확산되면서 집 규모에 비해 과한 곡선을 이루게 됐다. 꾸밈이 강하고 날아오를 듯 지붕이 휘어진 중국 예원, 서울 북촌마을의 처마, 약간 밋밋한 곡선을 보여주는 일본 이즈모타이샤의 지붕(왼쪽 부터). <김영사 제공>



3국 모두 지붕곡선에 의미 부여
건물에 ‘龍’형상 장식 공통점도
자금성 한 건물에 1만마리 묘사
경복궁 근정전엔 발톱이 7개나
日선 법당 천장에 龍 그림 남겨
건축문화 교류·성과 등 재조명


한국·중국·일본 동아시아 삼국은 수천 년간의 문화교류를 통해 건축에서 다양한 영향을 서로 주고받았다. 세 나라가 겪은 역사적 사건과 시대적 흐름 등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흥미로운 사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당시 지식인들의 건축에 대한 생각, 건축을 짓는 데 참여한 장인들의 기술, 물질적인 여건 등이 그것이다. 즉, 한 시대의 건축을 입체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건축물에서 지붕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유럽의 건물이 벽체의 파사드, 즉 외관에 초점을 맞춘 것과 대조적으로 동아시아에서는 지붕의 곡선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곡선도 단순히 처마만 곡선을 이룬 것이 아니다. 건립 시기가 오랜 건물의 경우에 지붕 곡선은 처마는 물론 용마루, 내림마루 등 지붕의 윤곽을 이루는 모든 선들이 곡선으로 되어 있고 심지어는 넓은 지붕면 자체가 완만한 곡면을 그린다.

동아시아 건축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공통적 요소는 ‘용’이었다. 중국에서는 이미 6천년 전 유적인 산시성의 반파 유적에서 용의 형상이 새겨진 유물이 출토되었다. 이후로 용은 중국의 제반 기물이나 건축에 자주 등장했는데, 그 애정이 남달랐다. 일례로 자금성 태화전, 한 건물에 묘사된 용이 무려 1만2천654개일 정도로 중국 건축에서 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20150530
김동욱 지음/ 김영사/ 360쪽/ 1만7천원

용에 대한 애정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용의 발톱은 보통 4~5개를 그리는데 경복궁 근정전 천장에 매달린 용의 발톱은 무려 7개이다. 절에서도 용장식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불전 중앙 기둥 상부에 있는 ‘안초공’이라는 돌출한 부재는 바깥은 용머리로 조각되고, 내부는 꼬리로 다듬어지며, ‘충량’이라는 대들보에 걸쳐지는 측면 들보는 전체를 용 몸통으로 채색하고 들보에 걸쳐지는 충량 끝도 용 머리로 새겼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은 용 장식이 많지는 않지만, 대신 용 그림을 많이 남겼다. 가장 압권은 교토 선종 사원 법당의 천장 그림이다. 묘신지 법당은 직경 12m가 넘는 천장 전체에 구름 사이 용이 채색화로 그려져 있다. 쇼코쿠지 법당의 운룡도도 유명한데, 이 그림은 넓은 건물 천장 전체를 하나의 화폭으로 삼고 커다란 용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중국에서 나타나는 건축공간 개념을 간단히 요약하면 ‘중축대칭(中軸對稱)·방정엄정적(方正嚴正的)·群體組合(군체조합)’이라 할 수 있다. 풀어쓰면 중심축선상에 대칭으로 건물이 배열되는 것을 말하고, 전체적으로는 모든 건물이 네모반듯한 틀 안에 엄격하고 바른 모습으로 여러 군체가 조합을 이룬 것이라는 의미다. 이 표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건축이 베이징의 자금성이다. 자금성은 중요한 전각들이 중심축선상에 일렬로 배열되고 무수한 전각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네모반듯한 질서 안에 수렴되어 조합을 이루었다.

한반도에서 건축은 산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짓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4~5세기경 불교 전파 초기에는 절이 도성 주변에만 지어졌지만, 7~8세기경이 되면서 성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굳이 중심축상에 건물을 배치할 필요도 없었고, 자연히 건물 배치는 지세에 의존해서 불규칙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달라져갔다. 부석사를 비롯해 해인사, 화엄사, 통도사와 같이 이름난 사찰들이 대개 이 과정에서 산의 지형에 맞춘 건물 배치를 갖추었다.

‘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은 한·중·일 건축의 공통점과 차이에 대한 섬세한 비교를 통해 동아시아 문화의 상호교류가 이뤄낸 성과를 재조명하고, 서로 간에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쓰였다. 저자는 고려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저자는 “이 책은 우리나라 전통 건축을 조금 객관적인 시각에서 솔직하게 들여다보려고 시도한 것이다. 우리 건축 형성에 큰 영향을 준 중국 건축과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찾아보고 또 우리와 유사한 전개과정을 밟아온 일본 건축과 비교해보면서 우리 건축의 특징을 찾아보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