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행복한 대구 - Ⅰ부, 문화공간과 축제] (8) 우수 마을축제 육성하자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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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07   |  발행일 2015-08-07 제5면   |  수정 2015-08-07
주민‘소통의 場’ 만들어야 情 나누고 경제활력 넘치는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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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대표 마을축제인 중구 삼덕동 인형마임축제 참가자들이 아트바이크를 타고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왼쪽). 대구시 남구 앞산 빨래터 공원 일대에서 열린 ‘앞산 빨래터 축제’에서 손빨래 체험을 하고 있는 시민들. <영남일보 DB>

마을은 지역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다. 몇몇 집들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여러 개의 마을은 다시 고장, 즉 지역사회로 확장된다. 마을 구성원은 사회·문화적인 유대감을 갖고 있는 특징을 보인다. 생활권역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공간적인 마을의 개념에서 벗어나 유대감을 더욱 강화하고, 가치관을 공유하려는 ‘마을 공동체’ 조성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마을 인프라 개선은 물론 마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활동도 펼친다. 대표적인 예가 마을축제다. 주민 주도형 축제는 소통의 장으로 구성원간 유대감을 높이는 것은 물론 다양한 개성이 융합돼 새로운 창의성을 창출한다. 또 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문화관광 콘텐츠로 기획·개발함에 따라 도심 재생과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정부는 물론 자치단체가 마을공동체와 소규모 축제 활성화에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의 축제

국내 대표적인 지역 공동체형 축제로는 ‘감천문화마을 골목축제’를 꼽을 수 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6·25 전쟁 당시 피란민촌으로 앞집이 뒷집을 가리지 않는 계단식 구조와 미로 같은 골목, 알록달록한 색깔의 지붕과 벽화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갖춰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릴 정도다.

감천문화마을의 성공은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 프로젝트’ 참여 당시부터 적극적으로 동참한 주민의 영향이 크다. 주민공동체 예술사업이 마을꾸미기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낸 것. 현재 주민이 운영하는 마을기업과 협동조합만 8곳에 달한다. 골목축제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 축제는 기획부터 운영까지 행사 전 영역을 주민이 주도하고 있다. 매년 다양하고 새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기획으로, 방문객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官주도 탈피 주민이 주도해야
유대감 높이고 자생력도 키워

지역 특색과 문화환경 활용해
빨래터축제·선사문화축제 등
대구서도 마을축제 뿌리내려

주민참여 높이는 게 최대 과제
스토리 바탕 정체성 확립 필요


6일 부산 사하구청에 따르면 지난 5월15~17일 감천문화마을 일대에서 열린 ‘제5회 감천문화마을 골목축제’ 방문객 수는 4만1천여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만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감천문화마을 골목축제의 강점은 차별화다. 골목길 곳곳을 방문하는 ‘미로미로 골목길 투어’, 할아버지·할머니가 들려주는 감천골목의 숨겨진 이야기, 전통 혼례 재연과 혼례 행렬 퍼레이드 등 독특한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전순선 감천문화마을주민협의회 부회장은 “올해는 주민이 마련한 프로그램 외에 지역 초·중·고 동아리 등 젊은 층이 많이 참가해 축제가 더욱 풍성했다”며 “해마다 지난 축제의 미흡한 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점이 주민은 물론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여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축제 역시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의 축제다. 성미산마을 공동체는 공동육아를 위해 구성된 뒤 대안학교와 마을기업으로 확장되면서 도시 마을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공간을 공유하는 전통적인 마을 대신 가치관을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 마을’을 만들어낸 것. 특히 성미산마을축제는 주민 참여도가 더욱 높다. 성미산마을 500~700가구 중 해마다 마을 축제에 참가 인원만 700~1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는 마을 퍼레이드, 대본읽기 쇼, 연극공연, 마을살이 강좌, 벼룩시장, 도예교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에게 특별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 뿌리내리는 마을축제

대구에서도 주민 주도형 마을축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남구의 앞산빨래터축제와 달서구의 선사문화축제, 동구 용암산성 옥천문화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축제는 지역의 특수한 문화환경과 자원을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행사운영에 있어서도 인력운용과 안내 등 주민 주도로 축제가 운영된다.

2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앞산빨래터 축제는 손빨래와 물지게, 다듬이질 등의 체험 프로그램과 빨래 춤추기, 쑥떡쑥떡 체험 등 지역의 특색을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주민으로 구성된 ‘마실극단’의 연극 ‘신뜨름’ 공연을 비롯해 옛 빨래터 풍경을 재연한 ‘빨래터 속풀이 송’, 빨래널기 퍼포먼스, 다듬이 난타 공연 등 주민 참여 공연도 눈길을 끈다.

용암산성 옥천문화제는 주민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중심돼 행사를 진행한다. 문화제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들이 용암산성(대구시 동구 도동)에서 왜군과 싸운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옥같이 맑고 찬물이 솟아난다는 의미인 ‘옥천’은 용암산성에 위치한 우물터로, 의병들이 장기간 왜군과 맞서 싸우는 데 큰 도움이 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역시 이들 마을축제 지원에 힘을 쏟고있다. 올해 처음으로 ‘생활문화공동체 우수마을축제 지원 사업’을 신설해 우수축제를 선정, 후원하고 있는 것. 지원도 단발성에 그치지 않는다. 한번 선정된 축제에는 2년간 지속적으로 후원이 이뤄진다. 특히 우수마을축제 지원 사업은 구·군이 가진 장소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축제자원을 발굴, 육성한다는 의의가 크다.

하지만 지역 마을축제는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적지않다. 먼저 지역 고유의 자원을 이용한 축제 콘텐츠로 가치는 있지만,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축제의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는 축제는 타 축제와 차별성이 떨어지는 만큼 지속가능성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또 자치단체 주도에서 벗어나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경숙 대구경북연구원 사회문화실 연구원은 “대구의 소규모 마을축제는 대부분 자치단체 주도적인 형태다.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을 마을협의회에서 자생적으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삼덕동 인형마임 축제, 대명동 물배기마을 축제, 경북대 서문골목축제 등 주민중심의 축제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관광주도형 축제가 많다보니 주민 참여가 적은 것도 문제다. 소규모축제를 키워 지역경제 활성화에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 주체의 자생력을 기를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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