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동물 복지의 그림자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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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3   |  발행일 2016-05-03 제19면   |  수정 2016-05-03
20160503
김형준 <박사>

의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현대 사회는 노인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노년층과 장년층에서 주로 발병되는 노인성 치매,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질환자 수도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질환들은 인간의 중추 신경계를 선택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그 어떤 질환보다도 동물 모델에 대한 연구 의존도가 높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3D 배양이나 미니 브레인 등은 아직 복잡한 신경 회로망을 지닌 생명체의 뇌를 모사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권한이 강화됐다. 연구자들은 해당 연구에 전문성이 없는 일부 위원들이 참여하는 위원회의 통제를 받게 됐다.

특히 최근 동물 실험 심사에서는 3R 원칙(동물 실험의 대체 가능성, 사용 동물 수의 최소화, 고통의 경감)이 강조되면서 연구자가 원하는 수만큼의 동물 실험을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특히 신경퇴행성질환 동물 모델의 경우 해당 동물의 고통 지수가 높다고 판단되어 더 엄격한 심사를 받고 있다.

현재 사용하는 신경퇴행성질환 동물 모델은 인간 질환을 부분적으로는 재현하기 때문에 임상 진입을 노리는 수많은 치료법들이 동물 실험을 통해 테스트되고 있다. 이러한 신경퇴행성질환 모델 중 인간 질환과 가장 유사한 모델은 돌연변이 SOD1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마우스 루게릭(ALS) 병 모델이다.

최근까지 이 모델에서 효과가 있던 모든 약물이 임상시험에서 실패해 이 모델의 신뢰도가 의심되고 있었으나, 해당 약물들을 재검증한 결과 모두 마우스 모델에서도 효과가 없음이 판명됐다. 즉, 마우스 모델에서 효과가 있던 약물이 인간에게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마우스 모델에서도 효과가 없던 약물이 동물실험의 오류로 인해 임상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런 오류는 현행 동물실험 심사 시스템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재검증 작업을 주도한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ALS TDI’는 동물 실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는 비정상 동물의 실험군 제외, 암수 비율 유지, 같은 개체에서 출생한 동물들의 군 분리, 모델 유전형의 상시 감시 등이다. 원칙을 엄격히 지키기 위해서는 동물 수를 최종 분석 목표치보다 높게 산정하고 실험을 계획해야 한다. 이는 동물실험 심사의 원칙 중 하나인 ‘사용동물수의 최소화’에 정면으로 저촉되어 심사 과정에서 수정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 때문에 대부분 연구자들은 위의 원칙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충분한 동물 수로 실험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도 동물 복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이 사회가 발전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징표 중 하나라고 믿는다. 실험동물들의 희생이 가치 있으려면, 그 희생을 통해 얻은 지식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실을 많은 사람들이 동물 복지와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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