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원 든 영덕 ‘문산호’복원 사업 좌초 위기

  •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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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8 07:23  |  수정 2016-05-18 07:24  |  발행일 2016-05-18 제6면
행정직 공무원이 감독, 부실설계, 부실공사…수리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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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군 장사해수욕장 앞바다에 복원된 문제의 문산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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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의 전체 조감도. <영덕군 제공>

6·25전쟁 당시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상륙함(LST) ‘문산호’의 복원·전시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영덕군이 추진 중인 문산호 복원·전시사업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학도병들이 큰 희생을 치른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 조성사업의 핵심이다. 이 사업을 위해 294억원(국비 140억원, 도비 77억원, 군비 77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경북도 감사 결과 복원한 문산호는 설계 및 안전성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자칫 ‘300억원짜리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 왜 이 지경이 됐나

영덕군은 장사상륙작전 전승을 기념하기 위해 2012년 문산호의 실물모형 제작·설치에 돌입했다. 2천t급의 문산호는 길이 90m, 폭 30m, 높이 26m 규모로 부산 조선소에서 1년4개월에 걸쳐 건조됐다. 지난해 5월 바지선을 이용해 영덕으로 예인, 현재 장사해수욕장 앞 바다 위에 문산호를 앉혔다. 토목·건축 및 전기·통신 등 전체 공정률은 85%이며, 내부에 전시할 콘텐츠 설치 작업도 최근 거의 끝냈다.


전체 공정 85% 완공단계서 암초
너울성파도에 내부 뒤편 휘어져

방파제 설치엔 90억원 추가소요
배 무게 2만t…육지로도 못옮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준공돼도 年 10억원 이상 운영비

郡“유지·운영에는 치밀한 계획”


문산호는 준공 후 층별(1~5층)로 장사상륙작전 배경, 작전전개 과정 등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꾸민 전시관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이 사업은 계획대로라면 2014년 6월 준공을 마쳐야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준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태풍과 겨울 너울성 파도로 고정·설치된 배 뒤쪽 안 철구조물이 휘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설계에 따라 동남쪽 바닷속에 82억원을 들여 길이 90m의 방파제를 만들었지만 북동쪽에는 이를 설치하지 않아 생긴 피해였다. 지난 1월 경북도는 영덕군 정기감사에서 배 내부 뒷부분이 휘는 등 높은 파도로 인해 안전에 문제가 있다며 방파제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해안 연안은 너울성 파도 등 파고가 높아 방파제를 우선적으로 만들지 않고는 해상에서 배 건조나 조립이 어렵다. 그러나 영덕군은 이런 점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건축 공정 중 일부만 장사해수욕장 해안에서 하고 나머지는 해상에서 작업하도록 설계에 반영했다. 결국 육상과 해안에서 배를 건조할 수 없게 되자 조선소에서 건조한 뒤 영덕으로 예인하는 쪽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이 때문에 사업비와 사업기간이 크게 늘어났다. 제작 공장 임대료와 예인선·바지선·크레인 등 장비 임차비로 순수 군비 30억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문제는 현재 더 큰 예산이 필요하지만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북동쪽 방파제를 추가로 만들려면 동남쪽보다 더 많은 돈(약 90억원)이 들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 뒤쪽의 휜 부분 보강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영덕군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수차례 중앙부처와 협의를 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가 없다. 군은 대안이 없자 최근 용역비 2억여원을 군의회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배를 보강할 것인지 아니면 방파제를 설치할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영덕군의회 하병두 의원은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수립을 하지 못해 발생한 오류다.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예산 투입이 우려된다”며 “전문가의 정밀진단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경북도는 “영덕군이 방파제 필요성을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방파제를 먼저 설치하고 배를 제작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 앞으로 어떻게 되나

문산호가 두 번의 공기 연장에 이어 지난해 1월 예정했던 준공마저 미뤄지자 군은 최근 시공사에 지연배상금 60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준공이 늦어진 데에는 당초 설계와 배 건조 장소의 변경도 한몫을 했기 때문에 제작업체가 지연배상금 부과를 거부하면 소송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북도 감사관실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사업 계획과 실시설계 추진 과정에 감독공무원을 기술직이 아닌 행정직으로 임명해 설계 부실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한 예산 확보 없이 돈에 맞춰 공사를 발주하다 보니 배를 만들고 난 뒤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감사관실은 영덕군에 안전성 문제를 다시 검토해 조속히 보강하고 앞으로 사업계획 수립 시 시공성, 경제성, 유지관리 등을 철저히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영덕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추가 예산 확보도 어렵지만 문산호를 육지로 옮겨 수리할 수도 없다. 배를 고정하기 위해 내부에 쏟아부은 콘크리트(8천t)를 포함해 2만t에 가까운 무게 때문이다.

현재 영덕군의 분위기는 “언젠가 한 번은 터져야 할 문제로 차라리 잘됐다”는 것이 대체적이다.

또 다른 걱정은 준공 이후의 운영이다. 철제로 된 선체의 정기적인 부식방지 작업은 물론 시설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등 매년 1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 의원은 “사업 초기부터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국비 확보 등의 이유로 공사를 강행했다”면서 “돈만 삼키는 구조물이 될 것”이라고 질책했다. 또 “열악한 지방 재정과 사업 성격으로 볼 때 결국 국가보훈처 등이 앞장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영덕군 관계자는 “이미 많은 예산이 소요됐고 전체 공정률 등을 고려하면 문산호의 안전성 해결이 우선이다. 향후 유지·운영에 대해서는 좀 더 치밀한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사상륙작전은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위한 양면작전의 일환 일환으로 1950년 9월14일 오전 4시에 감행됐다. 학도병 700여명이 참전해 1주일 동안 전투로 인해 139명이 전사하고 92명이 부상을 당했다.

글·사진=영덕 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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