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뇌지도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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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4 07:50  |  수정 2016-05-24 07:50  |  발행일 2016-05-24 제20면
[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뇌지도란 무엇인가
김진섭 <박사>

한국뇌연구원은 지난 11일 우리나라 뇌 연구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된 연구 계획안의 주요 내용은 뇌지도였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EU, 일본, 중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국가 차원의 뇌과학 연구 계획을 발표하면서 뇌지도 연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제 우리나라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뇌지도가 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많은 나라들이 앞다투어 연구하려 하는 것일까.

사람의 뇌는 천억 개 가까운 수많은 뇌세포로 되어있다. 다른 장기에서는 대체로 장방형이나 구형의 세포들이 비교적 규칙적으로 쌓여 조직을 이루는 반면, 뇌에서는 길고 복잡하게 뻗은 가지와 뿌리를 가진 나무처럼 생긴 뇌세포들이 빽빽하게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 그 가지와 뿌리를 통해 각각의 뇌세포가 수백~수천 개의 다른 뇌세포들과 신경전달물질이라 불리는 생체 분자를 주고받으며 뇌활동에 필요한 작용을 만들어낸다.

뇌의 구조와 활동을 지도에 빗대어 설명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요즘의 지도가 고정된 건물의 위치, 도로의 모양뿐 아니라 길 위를 움직이는 교통수단의 현재 위치와 흐름까지 나타낼 수 있는 것처럼 뇌지도는 뇌세포가 연결된 모양과 뇌세포의 활동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뇌지도 또는 뇌의 배선도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이 뇌를 사용해서 하는 모든 일이 뇌세포의 연결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지각, 운동, 학습, 기억, 의사 결정, 감정 등 인간의 모든 뇌활동은 뇌세포들이 각 기능에 특화한 배선을 이루고 있기에 가능하다.

언어를 예로 들어보자. 특별한 장애가 있지 않은 한 사람은 누구나 말을 배울 수 있는 기초를 갖고 태어난다. 달리 말하면 누구에게나 언어 기능과 관련된 뇌세포의 공통 배선이 존재한다. 어린 시절 어떤 언어를 배우느냐에 따라 이 공통 배선이 국어, 영어 등 특정 언어를 위해 특화되어 재배선된다.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언어 습관과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은 이 배선의 개인차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이 사람이기 위해서는 공통적으로 갖는 배선이 있고 사람마다 갖는 특징적인 배선이 있다. 특징적 배선은 일부 유전에 의해 결정되고 평생에 걸쳐 경험에 따라 재배선된다. 하지만 그 배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어있고 어떤 과정으로 배선·재배선되는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한편 조현병, 자폐증 같은 뇌질환들은 뇌세포는 정상이지만 배선이 잘못되어 발생한다는 증거들이 있으나 이 경우도 배선의 어디가 잘못되었으며 정상 뇌와 어떻게 다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모두가 뇌지도 연구를 통해 풀 수 있고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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