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기자의 봄여름가을겨울] 2부 여름 이야기-목포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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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01   |  발행일 2016-07-01 제33면   |  수정 2016-07-01
‘개미’ 집산지…남도 맛의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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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목포시 온금동의 밤. 골목의 불빛이 유달산의 조명과 함께 황홀경을 연출하고 있다. 아리랑고개 옆 서산동 보리마당이 최고 전망 포인트.

봄 아지랑이가 ‘화염(火炎)’으로 둔갑한 사이. 여름이 도래했다. 습도가 치솟자 구름은 뭉게 구름으로 솟구친다. 구름·바다·산이 그려내는 하양·파랑·녹색의 앙상블. 그 심장부를 가로지르는 따글따글한 햇살의 지방도. 그 곁에 선선한 그림자를 품은 느티나무와 마을회관 앞 매미소리 묻은 정자. 셋이 균형을 이룰 때 때맞춰 불어오는 바람이 넌지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세요’란 쪽지를 떨군다.

나그네는 3회에 걸쳐 동해·서해·남해발 ‘여름찬가’를 그려 볼 것이다. 그 1탄을 낚기 위해 ‘애수(哀愁)의 항구’, 목포(木浦)로 길을 떠난다. 확장된 88고속도로 덕분에 대구를 출발, 3시간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88고속도로를 벗어나 서해안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표지판에서 목포란 단어를 맨처음 보았을 때 차창을 확 내리고 손을 밖으로 살짝 내밀었다. 해풍의 감도가 다른 항구 도시와 사뭇 다르다. 눅눅함과 꿉꿉함 사이의 느낌이랄까. 갯벌처럼 구성지면서도 구슬펐다. 일종의 애조(哀調)랄까.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때문이리라.

목포는 ‘대한민국 국도1번지’다. 1·2번 국도 모두 목포가 시발점이다. 목포에서 서울을 거쳐 신의주까지 이르는 도로를 정비하여 ‘국도 1호선’이라 명명했다. 2번 국도는 목포에서 부산까지.

목포는 관광과 여행의 경계 구역이다. 목포는 ‘축제형 도시’라기보다 ‘산책형 도시’다. 원도심에 사금파리처럼 박혀 있는 골목 때문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가옥 형태를 모두 간직하고 있다. 바다보다 골목이 한 수 위다. 골목에서 발원된 아낙네들의 목포산 사투리가 더 큰 울림을 준다. 그래서 목포로 오는 이는 ‘휴식’보다 ‘사색’에 더 길들여진다. ‘놂’보다 ‘쉼’, 쉼보다 ‘봄(觀)’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달까.

◆옛가요의 정조 압권인…목포

고창, 진도, 남원 등 전라도 전 지역이 판소리·민요판이지만 목포는 좀 다르다. 같은 국악권이라도 유달리 옛가요의 정조가 압도한다. 남인수·고복수·백년설·김정구의 노래가 제대로 어필될 수 있는 곳도 목포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목포의 눈물은 목포 아리랑이자 애국가’라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6년 두 번째 고향을 방문했을 때, 시민들과 합창한 노래도 ‘목포의 눈물’이다. 이 눈물의 내력을 제대로 감별할 줄 알아야 ‘목포 5미(홍어삼합·세발낙지·민어회·먹갈치조림·꽃게무침)’만이 간직하고 있는 ‘개미’(‘맛’이란 의미의 전라도 사투리)를 포착해 낼 수 있다.

목포는 바캉스보다 ‘식캉스’(식도락여행)에 딱인 것 같다. 전국에서 가장 큰 해수풀장을 가진 외달도도 있고, 밤이면 바다음악분수의 자태를 지척에서 볼 수 있는 ‘목포의 홍대 앞 거리’로 불리는 평화광장, 호젓한 낚시터와 유달산 전경을 색다른 각도로 만끽할 수 있는 용머리오름이 있는 고하도 등도 있지만 역시 목포의 매력포인트는 음식이다. 한국에서 가장 다양한 생선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선별 별미식당과 관련 요리 명인까지 세트로 만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목포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작았다. 영산강 하구둑 완비로 생겨난 신도시인 하당 구역을 제외하면 변화가 거의 없는 목포의 원도심은 여느 소읍만 하다. 요즘 온통 이난영 무드에 젖어있다. 올해 탄생 100주년. 1935년 목포의 눈물로 국민가수의 반열에 오른 그녀는 ‘한국의 에디트 피아프’. 실제 이난영은 그녀보다 한 해 먼저 태어났고 두 해 오래 살았다. 비운·비련의 여가수였다. 고향에도 못 오고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공동묘지에 묻혔다. 한때 무연고 묘지로 전락했다. 그러다가 2006년 목포 시민이 합심해 제2삼학도에 국내 1호 수목장 형태로 이장했다. 거기는 이제 이난영공원이 됐다. 이난영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목포의 DNA’다.

◆야경 명소 나들이

해가 지면 목포의 ‘관상’은 돌변한다.

낮에 ‘에게게~’ 하던 관광객도 밤이면 동공이 확 커진다. 여기가 목포인가 싶은, 야경 포인트가 적잖게 숨어 있다. 사색파에겐 그 야경이 오히려 부담일 수도 있겠지만.

제1포인트는 유달산 정상에서 보는 ‘목포대교’. 이른 저녁을 먹고 오후 7시쯤 유달산 정상부에 오르면 땅거미가 목포 해역을 휘감는 장면을 탄성을 질러대며 감상할 수 있다. 하절기 노을이라야 더 고혹하다. 두 마리 학이 눈부신 자태를 뽐내며 날갯짓하는 목포대교의 경관 조명은 2012년부터 목포를 컬러풀하게 치장하고 있다. 목포대교는 북항~고하도(총연장 4.1㎞)를 잇는 왕복 4차로로 한국 최초 ‘3웨이 케이블 공법’을 적용했다.

연인들이라면 북항노을공원과 신안비치호텔 앞에서 노을에 물드는 목포대교를 봐도 멋질 것이다. 좀 더 이슥해지면 노을 머금은 가슴 그대로 하당 신도심 평화광장쪽으로 가라. 그리고 밤 10시까지 ‘춤추는 바다음악분수’와 함께 춤을 춰라. 목포역 바로 옆 루미나리에 빛의 거리도 청춘들을 설레게 한다. 밤 사진이 한 장 더 필요하면 평화광장 근처 갓바위로 가서 ‘무릉도원교’ 같은 행상보행교를 건너보라.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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