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해”…커피, 주인공 자리를 양보하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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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09   |  발행일 2016-09-09 제38면   |  수정 2016-09-09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 커피시장 현주소 (중) 커피숍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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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청에서 마을기업처럼 만든 앞산자락 카페 ‘마실’은 동네 주민을 파고들었다. 2천원짜리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가성비가 좋다(위). 브런치커피숍 같은 버전의 베이커리 ‘오월의 아침’ 앞산점은 브런치 메뉴 옆에 빵과 커피를 매칭시켰다.

정통 커피숍-他 메뉴 ‘콜라보숍’ 양분
브런치·베이커리 카페 성격 더해지다
밤엔 칵테일·맥주·와인 바 형태 변신도
심지어 미니김밥 등 분식류 취급 승부

매장안 고객 편의공간 마련 속속 등장
대학가선 독서실 같은 1인 테이블 확대
정기적 미술 전시와 파티형 공연 유치도
대명9동 ‘아울’ 지역 첫 가구공방 카페


‘돌파구를 찾아라!’

커피 이상의 강력한 그 무엇이 필요하다. 그 무엇이 뭘까. 남다른 사이드 메뉴, 분위기, 재밌는 인테리어. 아님 SNS마케팅을 통한 입소문…. 벼랑 끝으로 몰린 커피숍 관계자는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공룡은 공룡대로, 개미군단은 그들대로 다들 좌불안석이다.

크게 보면 팔공산 파계사 올라가는 길에서 맨 처음 문을 연 커피숍 ‘에소’, 범어동 ‘류’ 카페 등과 같이 핸드드립·스페셜티 스타일로 가거나, 커피 이외에 다른 유관 메뉴도 섞어 콜라보 숍처럼 치고나가는 흐름으로 나눠지는 것 같다.

지난 월요일(5일) 오전 남구 대명9동 카페거리 주변을 둘러봤다. 남구청 부속 마을기업 커피숍인 ‘마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동네 주민을 겨냥했다. 싼 게 비지떡이 아니다. 2천원짜리 아메리카노 맛이 만만찮다. 수제 쿠키는 1천원이다. 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주말이면 가족나들이, 일부 사업자에겐 회의공간으로 제공된다. 동네주민들의 ‘사랑방 커피숍’으로 뿌리를 내렸다.

그 집 바로 옆에 빵집과 커피숍을 섞어 놓은 듯한 ‘오월의 아침’이 있다. 동구 신천동 ‘우즈(WOO’Z)’처럼 여기는 브런치·베이커리 카페 성격이 진하다. 현재 3개 직영점이 있는데 상인 본점과 감삼점은 베이커리, 앞산점은 커피·브런치에 치중한다. 사장이란 말 대신 ‘실장’이란 겸손한 칭호를 사용한 것만 봐도 내부 결속력을 중시한 것 같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3천800원. 그 옆에 9천600원짜리 퓨전 샌드위치인 여러 버전의 파니니가 인기다.

◆사이드 메뉴 강세

최근 커피숍은 디저트류는 물론 식사·분식 메뉴까지 제공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커피전문점 내 식사대용 메뉴를 포함한 사이드 메뉴 시장은 1조원대로 전망됐다. 커피를 축으로 빵, 샐러드, 브런치 세트, 케이크, 기능성 식음료, 심지어 김밥 등과 같은 분식류까지 섞고 있다. 커피는 미끼, 상대적으로 비싼 사이드 메뉴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도 숨어 있다. 커피만 갖고선 더 이상 경쟁력이 없으니까 사이드 메뉴에 집중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역의 커피숍 흐름에 빠른 감각을 가진 <주>모짱 대표이사 전문양씨. 현재 ‘모모짱의 맛있는 하루’란 푸드블로그 운영자이기도 한 그녀는 지역의 신개념 커피숍의 흐름을 이렇게 정리한다.

“해외파 대형커피프랜차이즈와 국내형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로컬 프랜차이즈 커피숍 사이에서 동성로, 수성못, 앞산, 경북예고 앞 등 동네골목형, 윈도 카페들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엔 방천시장에서 카페 붐은 정점을 찍었다. 중구 삼덕동 동부교회 뒤편과 수성구 범어동 골목 뒤편에도 산발적으로 생겨 나고 있다. 커피숍이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는 것이다. 두산동의 ‘텀트리’나 대곡역 근처 ‘아리크보’ 등 수백 평대의 대형카페는 물론 범어동 ‘커피튜트’나 삼덕동 ‘코그커피’ 등 오너 바리스타가 직접 운영하는 곳도 인기다. 정해진 규칙이나 획일화된 인테리어 디자인이 아니다. 카페 운영 형태도 케이크나 쿠키를 하나도 팔지 않고 단출한 5가지 미만의 커피류만 팔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수십 종류의 빵을 파는 베이커리 카페, 케이크와 쿠키를 함께 파는 디저트 카페, 낮에는 커피를 팔고 저녁에는 칵테일·맥주·와인을 파는 바 형태도 있다.”

◆고객편의공간 제공

대구도시철도 2호선 대실역에 입점한 커피전문점 ‘휴플러스’의 경우 우엉·참치김치·스팸 등이 들어간 미니 김밥 21가지를 사이드메뉴로 깔았다. 스타벅스는 식사 메뉴 수요가 증가하자 오후 3시까지 판매하던 브런치세트에 이어 오후 6시부터는 샌드위치와 음료로 구성된 이브닝 메뉴를 내놨다.

고객들이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매장 안에 고객들의 편의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제공하는 곳도 속속 등장한다. 엔제리너스커피는 대학가 매장 주변의 경우, 스터디족을 위한 1인 고객용 테이블을 일반 매장에 비해 약 20% 늘리고 개별 전원 콘센트와 높은 파티션으로 공간을 분리한 ‘독서실 자리’를 다수 배치했다.

커피점에 미술작품을 전시해 커피와 작품감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갤러리형 매장도 점차 늘고 있다. 대구의 경우 두산동 ‘텀트리’가 대표격. 660㎡(200평)의 대형규모로 정기적으로 미술품전시는 물론 파티형 공연도 유치할 계획이다. ‘오월의 아침’ 앞산점은 매월 셋째주 토요일 도자기, 캘리그래피 작품, 양초류 등을 파는 아트마켓까지 겸하고 있다. 숍인숍 개념도 많다. 청도군 풍각면 ‘펀앤락’은 패션디자이너 최복호의 패션 상품을 파는 가교 역할로 커피숍이 존재한다. 남구 대명9동 ‘아울’은 지역 첫 가구 카페다. 지하는 가구 공방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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