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8일 이른바 ‘최순실 특검’ 구성 관련 협상을 전면 중단하는 ‘강공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초 민주당은 최순실씨 국정개입 사태가 터진 후 새누리당에 앞서 특검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등 특검 도입에 적극적이던 만큼 전략 수정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협상 중단 선언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안했다. 추 대표는 협상 중단 결정 배경에 대해 “우선 정부여당이 해야 할 최소한의 선결조건이 있다”며 “대통령의 ‘녹화 사과’를 통해 봤듯 현재 상태에 대한 (여권의) 상황인식이 너무 안이하며, 최순실 인터뷰를 보면 꼬리자르기를 시도한다는 걸 국민이 알고 있다”고 직접 설명했다. 즉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안일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에 협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이 40%를 넘는 상황에서 지금 상태대로 협상에 응하는 것 자체가 민심에 반하는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아무 일 없이 협상할 수 있느냐는 최고위원들의 말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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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왼쪽 넷째)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 셋째는 추미애 대표. 연합뉴스 |
정치권은 민주당의 협상 중단이 여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극대화하는 ‘충격요법’으로, 특검 논의를 포함한 현 정국에 대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야가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태에서 협상이 쳇바퀴만 계속 돌릴 경우 정쟁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렸다는 평가다. 물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국민여론에 대한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특검의 구체적 내용을 놓고 여당의 페이스에 말려 적절히 타협할 경우 전통적 지지층 이탈 등 역풍도 예상될 수 있는 상황이기에 민주당으로서는 강공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당과의 공조 회복도 관심거리다. 최근 민주당이 특검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새누리당이 이를 수용하자, 국민의당은 특검보다는 엄정한 수사가 우선이라며 반대입장을 낸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민주당이 국민의당의 특검 협상 반대 드라이브에 동조한 꼴이 됐다.
하지만 이후 구체적 대여 전략을 놓고는 여전히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는 야권내 주도권 경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측은 “특검을 포기한다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국민의당은 ‘선(先) 검찰수사-후(後) 특검’의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섣부른 대응이었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먼저 수사를 하고 다음에 특검이 와야 청와대와 검찰에 대한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 새누리당의 시간끌기에 말려들었다가는 ‘최순실 게이트’도 값싼 정쟁거리가 돼 진상규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민주당을 견제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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