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학의 전통문화이야기] 전통문화를 바라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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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1   |  발행일 2017-01-11 제30면   |  수정 2017-01-11
[손영학의 전통문화이야기] 전통문화를 바라보는 시선
대구시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전통문화.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다. 사전적 의미로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이어져 내려와 우리의 고유한 가치로 인정받은 것’을 뜻한다. 그 영역은 의식주를 비롯해 언어, 풍속, 예술, 음악, 놀이 등 생활양식 전반에 걸쳐 있다. 그러면 우리의 전통문화는 어떻게 규정지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전통문화의 탐구에 앞서 한국적 특성을 찾아내야 하며 그 속에 한국의 고유성, 지속성, 정체성 같은 정신적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개화기 후 전통문화가 배격의 대상이 되었다. ‘반만 년의 유구한 역사’라는 자긍심은 무너지고, 전통은 청산해야 할 것으로 왜곡됐다.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끝나면서(1981년) 물질적으로 윤택해지자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자’라는 구호가 드높아졌다. 지역 축제에도 전통공연, 놀이, 공예 같은 전통문화체험이 단골메뉴로 등장했고 관혼상제와 예절, 우리의 뿌리 찾기 등에 관심이 모아졌다.

급변하는 사회변동 속에서도 우리의 전통문화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있었다. 1958년 정부수립 1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로 시작된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가 그것이다. 민속예술을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뒤에 ‘한국민속예술축제’로 바뀐 이 행사는 지난해까지 57회를 치르면서 400여개의 작품이 발굴됐고 그중 140종 넘는 종목이 국가 및 지방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고 한다.

세계화의 조류 속에서 문화를 통합하려는 공세 또한 거세지고 있는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 전통문화의 사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전통문화 콘텐츠 활용 성공사례도 쏟아지고 있다. ‘지역 고유의 문화를 계승하고 보급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간다’라는 목적으로 설립된 전국 지방문화원 역시 전통문화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특히 문화유산, 자연환경을 보존 관리하는 민간의 자발적 시민운동인 ‘문화유산국민신탁’이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지정은 그 의미가 깊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통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로 답할 수 있다. 추상적 개념이 아닌 구체적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과 물리적 표상보다는 정신적 표상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은 무조건 소중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거나 우리가 우리 것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해 줄까 하는 감정과잉에 빠지면 자칫 국수주의나 순혈주의에 빠질 수 있다.

홉스 봄과 랑거는 ‘전통의 창조와 날조’에서 “전통이란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복고적 문화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특정한 시대 사람들이 이해와 열망에 따라 나타난 것이며, 역사적 과거와 연속성을 가지면서도 새로운 의례와 상징을 포함한다. 전통은 과거보다 현재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라고 했다.

전통이란 단어가 나오면 한번쯤 새겨 보았을 법고창신(法古創新). 전통은 현실에 맞는 올바른 계승과 재창조의 문제가 항상 따라다닌다. 전통은 우리에게 퍼낼수록 바닥을 드러내는 항아리 속의 물이 아닌, 퍼내도 쏟아나는 샘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전통문화에 생명력을 부여하기 위해선 우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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